"정계복귀 고민할 것…MB 관련 재심 준비 중"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반박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의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의원은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는 제가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하며 정계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따른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이른바 실패한 기습추행 행위 정도가 되겠지만, 피고인의 당시 행위를 법률적으로 성추행 행위로 명확히 단정 지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거 행위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도 허위로 기억에 반대되는 언동을 한 것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며 "당시 최초 언론보도는 지금에 와서 밝혀진 내용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 결제내용이 확인되자 이러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더는 성추행 의혹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 피고인이 본인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피고인의 의사가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 직후 정 전 의원은 "4년 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다. 1심도 그렇고 2심 재판부가 마음과 귀를 열고 진정성 있게 저의 주장을 들으려고 노력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된다.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는 제가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대해선 "아직 생각 못 하고 있다"며 "변호사들과 의논을 좀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정계복귀 계획도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재판 와중에 열린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참여를 했으면 하는 부탁의 연락이 왔고, 9개월간 정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당원들이 저를 많이 추천해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늘 저녁에 깊게 고민해보고, 당원들이 요청하면 그 어떤 요구도 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08년 다스와 BBK가 이명박 전 대통령 것이라고 주장한 이후로 10년간 밀려나있었고, 이번 가짜미투 사건으로 3년 동안 밀려났다"며 "13년을 정치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당원들이 저의 억울함에 공감하면 기꺼이 함께할 것이고 자숙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하면 또 그렇게 할 것이다. 모든 결정은 지도부와 당원들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확정과 관련해 재심 청구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연일 집중 제기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주장이 허위라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정 전 의원은 최종 징역 1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을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판단하고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형을 확정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재심 청구 계획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2018년 3월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하자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호텔에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며 "해당 기사는 나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이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이 나오자 정 전 의원은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기자를 고소한 것은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 사실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의원이 당시 기자회견을 연 것도 당선의 목적이 아닌 자기방어의 성격이었고 성추행 의혹은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프레시안의 보도에는 "정 전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시킬 의도가 명백하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봐도 해당 보도 내용이 객관적 진실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항소한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에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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