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얼돌 수입 보류 부당…국가 개입 피해야"

성인용 전신 인형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수입을 보류한 세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덕인 기자

"관세법상 풍속 해치는 물품 아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성인용 전신 인형 '리얼돌' 수입을 보류한 세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14일 리얼돌 등을 판매하는 A 업체가 김포공항 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업체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 세관장에 신고했으나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 통관이 보류됐다.

세관 처분에 불복한 A 업체는 관세청장에게 심사 청구를 했으나 결정 기간 90일이 지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A 업체는 법원에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리얼돌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입 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음란이라는 개념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인 것이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과도 깊이 연관된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리얼돌은 '성 기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성 기구는 일반적인 성적인 표현물과는 달리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사용자가 성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또는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성 기구는 인간의 은밀한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성 풍속이라는 사회의 성도덕 관념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성 기구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물인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A 업체가 수입하려 한 리얼돌은 성인 여성의 외양을 본뜬 것이다. 세관 측은 사람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의 가슴 등 주요 신체 부위를 적나라하게 본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또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 여성 모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할 뿐 노골적으로 특정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 사건 물품의 정교함을 근거로 통관 보류가 적법하다는 피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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