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입양아 학대사망' 첫 재판…"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

입양한 딸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입양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살인죄 적용하라" 구호…양부는 몰래 출석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입양한 16개월 딸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부가 처음 법정에 선 가운데 법원은 시민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양부는 세간의 시선을 피해 아침 일찍 법원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인이의 양모 장 모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양아버지 안 모 씨도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법원은 구호 소리가 끝없이 퍼졌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협회) 회원들을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남부지법 법원 정문 앞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경찰 100여 명도 법원 앞을 지켰다.

법원 앞에는 정인이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섰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효정 씨는 화환에 쌓인 눈을 손으로 털어내고 있었다. 김 씨는 이날 오전 7시께 집을 나섰다. 8살, 11개월 두 딸을 키우는 김 씨는 협회에 후원만 했지,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예전부터 아동학대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외면하고 살았다. 이번에는 너무 심해서 눈물이 났다. 세 번이나 신고가 됐는데도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워서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다 같이 바꾸지 않으면 정말 안 바뀌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나왔다"고 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입양한 딸을 수개월 동안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입양 부모의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오전 9시22분 호송차가 법원에 들어서자 피켓을 든 시민들은 "장 씨는 살인자"라고 크게 외쳤다. 협회 회원 A씨는 "정인이 몸이 증거"라며 "저희가 바라는 것은 살인죄가 적용돼 사회에서 아예 격리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인이 양부 안 씨는 주변 시선을 의식해 이른 시간 법원에 들어섰다. 법원 관계자는 "안 씨는 청사 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업무시간 시작 전에 변호인과 함께 들어왔다"고 밝혔다. 안 씨는 신변보호조치 요청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어제(12일) 피고인 변호인이 신변보호조치 요청이 있었다. 법원에서는 피고인이 법원 내로 들어오면 10시부터 신변보호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지만, 10시 전에 출입할지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라며 "10시부터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기소된 장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정인 양 사망 원인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살인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장 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 양을 상습 폭행했다. 8월에는 유모차를 밀어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고 유모차 손잡이를 강하게 밀치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정서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장 씨는 정인 양을 입양한 후 양육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부 안 씨는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안 씨는 정인 양을 집과 차 안에 방치하고, 울음을 터뜨려도 팔을 강제로 잡는 등 학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 양은 이들 부부에게 입양된 지 271일 만인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정인 양은 복강 내 출혈과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 전신에 피하 출혈이 발견되는 등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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