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고 아닌 살인…변명 안 통하는 판결 내려달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검찰이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다른 해경 지휘부에게도 금고 2~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구형을 지켜 본 유족은 "세월호 참사는 살인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을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형은 징역형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구형 이유로는 "해경 청장이자 중앙구조본부장인 피고인은 최종 책임자로서 책임이 막중함에도 정책 기관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 결과 선내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은 학생 등 승객 304명 사망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에 대해서도 "김 전 청장의 명을 받는 실무 책임자로서 청장 다음으로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금고 4년을 구형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에 대해서도 금고 3년~3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수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게는 금고 4년, 당시 서해청 소속이던 해경들에게도 금고 2~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에 징역 4년 6개월을 구형했다.
12명의 피고인 중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한 이재두 전 3009 함장에게는 "범행에 가담했으나 구조 책임과는 비교적 무관한 점, 범행을 인정한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는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피해자 진술을 위해 증인석에 섰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때 숨진 고 장준형 군의 아버지다. 그는 "아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심이나 사치스러운 공명심으로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304명의 죽음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판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피고인들은 고의적이든 실수로든 살인을 한 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라며 "우리 아이는 세월호 사고로 죽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때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사고 뒤 두시간 가까이 (해경 지휘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승객을) 구하지 않아서 수장시킨 살인 사건이다. 304명이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 희대의 참극이며, 무참히 수장시킨 살인 사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부푼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아이 모습이 죽도록 보고 싶다. 제가 죽어서 우리 준형이를 만났을 때 면목 있는 아빠가 되게 해달라"며 "다시는 잘못된 관행이었다는 변명이 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고 이재욱 군의 어머니 역시 "304명이 희생돼 천인공노한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선처를 구한다는 피고인들의 양심이 불량하다. 만약 당신들의 자식이 세월호에 있었어도 지금처럼 주장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참사는 국가 범죄이자 학살이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양심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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