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청장 "진심으로 사죄…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놓고 경찰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대국민 사과에 이어 국회에서도 또 고개를 숙였다.
7일 국회행정안전위는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을 불러 입양아 사망 사건 긴급 현안질의를 개최했다. 여야 가릴것 없이 의원들은 입을 모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질타했다. 김창룡 청장은 미흡한 수사를 인정하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경찰 출신인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 기관이 이른바 '핑퐁'을 하다가 보호자에서 아이가 분리조치가 안 됐다. 아동학대라는 범죄에 대한 확신도 못 가진 것이 아닌가"라며 "현장에 나간 경찰관에게 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는 안 된다.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 수사의 매뉴얼 체계화를 촉구했다. 서 의원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고,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하지만,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손에 잡힐 정도로 탁탁할 수 있도록 사례 위주의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양천서, 이용구 차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수사문제 등 과연 경찰이 수사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하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을 한다"며 "검찰 족쇄를 벗어나서 어엿한 수사권의 주체로서 활동해야 하는 시기에 경찰 스스로가 족쇄를 채우고 있다. 국민들이 경찰 수사를 믿겠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번 입양아 사건의 수사팀이 세 개로 분산된 사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동에 대한 학대는 반복·지속적이라는 것을 잘 아실 것이다. 동일아동에 대한 신고의 경우 동일 팀이 대응하도록 연속선상에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청장은 거듭 사과했다. 김 청장은 "경찰 책임자로서 경찰관들이 조금 더 깊이 있게 세밀하게 적극 대응했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인정했다. 김 청장은 "1차에 출동하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공무원이 전문성이나 책임성을 갖고 사소한 징후라도 파악해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발표한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어제 사과문을 발표하는데 경찰청에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했다. 매번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반복되는 패턴은 똑같다.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다"며 "향후 대책을 살펴보면 전부 재탕, 삼탕이다. 이게 대책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2021년은 국가나 경찰에 중요한 시기다. 경찰은 새롭게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경찰상을 구현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 분노는 위험 수위를 넘었다"며 "검찰 수사권, 기소권 분리 요구까지 나오는데 불안한 여론 속에서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들어보셨는가"라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 지위가 굉장히 높아졌다. 1차 수사종결권도 생기고, 대공수사권도 담당하는 등 핵심 수사기관이 됐는데, 경찰이 이런 준비가 돼있나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며 "양천 입양아 사건 같은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해서 소중한 생명까지 잃게 했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법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는다"고 했다.
피해 아동의 몸에 난 멍을 몽고점과 혼동해 내사 종결했다는 경찰의 판단에도 비판이 나왔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조사할 때 양부모는 마사지를 해줬다는 변명을 했고, 경찰은 몽고반점을 구분하지 못해 내사 종결했다"며 "아기의 몽고반점과 멍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 청장은 "3차 신고 당시에는 나름 심각하게 판단했는지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 공무원까지 해서 대면조사를 했는데 양부모나 보호자들이 강력히 주장했다"며 "보호자의 주장을 너무 쉽게 믿은 게 아쉽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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