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자체 담당공무원 배치, 실효성은 의문…"종합 대책 필요"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아동학대 조사는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일반 공무원이 전담하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서울 한 자치구의 아동학대 관련 업무 담당자가 바라보는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생후 16개월 정인 양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방지 정책이 공론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재 논의되는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각 지자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생겼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분리 필요여부를 판단해 시설로 연계하거나 분리하지는 않았지만 모니터링이 필요한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의 관련 업무 담당자는 "담당 공무원은 관련 분야 전문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발령을 받아 맡게 된 새로운 업무"라며 "아이와 부모, 주변인 등의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판단이 민감한 아동학대 사안의 특성 상 전문성을 갖춘 외부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과 함께 조사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양천구의 경우 지난해 10월1일자로 전담공무원 1명이 배치됐다. 그러나 다른 현장과 마찬가지로 관련 분야 전문성이 부족해 신고가 들어오면 외부의 아동보호 전문기관 직원과 함께 조사 등 업무를 수행했다.
양천구에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는 110여 건이다. 신고는 하루 평균 1건이 넘었는데 현장조사부터 연계까지 담당 공무원은 1명 밖에 없었던 셈이다.
또 이런 사안의 특성 상 분리 조치를 결정했을 때 반발도 크고 민원과 법적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위축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아동학대 신고도 늘어나면서 분리 조치를 결정해도 아이를 인계할 시설은 한계가 있다"며 "입소할 시설이 없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야는 이른바 '정인이법'을 이른 시일 안에 통과하기로 뜻을 모았고, 정부와 지자체도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정부는 3월부터 아동학대 의심 상황에서 즉각 분리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행정 현장에서는 가능할 지 우려가 많다. 전담 공무원을 확충한다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적절한 예산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빨리 대책을 내는 것보다 아동복지법을 종합적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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