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 대표 인터뷰…"'막변' 처우개선도 급선무"
[더팩트ㅣ김세정·송주원 기자] "솔직히 버겁습니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후배님이 '힘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할 때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홍성훈 변호사(변호사시험 2회)는 '본업과 협회 일을 함께하기 버겁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공동 대표 정재욱 변호사(변호사시험 4회)도 뒤이어 "저의 권익을 찾고 동년배와 후배를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생각해 버겁다는 생각은 크게 해본 적 없다"라며 눈을 빛냈다.
청년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공동대표'라는 직함을 단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이 '청년 변호사들'은 가장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막변'(막일 변호사)으로 전락한 1년 차 변호사의 처우 개선을 꼽았다. 법정에서 고군분투하는 실무자로서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전관 비리 근절을 법조계의 새해 과제로 꼽았다.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정 변호사, 홍 변호사, 조인선 변호사(사법연수원 40기)를 지난달 28일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년변회는 지난 10월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기존 변호사 단체 임원으로 청년 변호사들이 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 개인의 의견이 아닌 공통된 목소리를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꾸려졌다. 구체적으로는 2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청년 변호사, 협회에 바란다' 행사에서 '우리 의견을 잘 정제해서 기성 법조 단체에 전달하는 창구를 만들면 좋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계기로 창립을 추진했다.
청년변회는 사법연수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출신이나 기수, 나이와 상관없이 법조 경력 15년 차 이하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 기존 변호사 단체와 비교해 다른 이해 관계없이 오로지 청년 변호사의 권익 보장과 처우 개선을 1순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는 이제 막 변호사로서 법조계에 발을 들인 막내 변호사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꼽았다. 애초 막내 변호사를 줄임말인 '막변'으로 불렀다. 하지만 최근 열정 페이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인력을 착취당하는 '막변'들이 많아지면서 그 의미는 '막일 변호사'로 퇴색해 버렸다.
정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가장 약자는 1년 차 변호사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6개월의 수습 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수습 기간이 있는 직업군들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 예산 지원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수습 기간이 강제되다 보니 1년 차 변호사들은 박한 처우에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변호사 수습은 크게 로펌에 취업하거나 대한변협 수습과정을 밟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2017년 대한변협에서 수습 변호사들을 교육하는 현장 지도관으로 활동하기도 한 조 변호사는 근로 계약서 작성과 업무량에 걸맞는 임금 책정이라는 가장 기본적 체제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장 지도관 시절 (수습 변호사들과) 소통하며 교육과 연수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표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무실도 있지만, 이마저도 작성하지 못하는 수습 변호사들도 꽤 많다. 말 그대로 수습 기간이기 때문에 열정 페이를 받고 많은 업무량을 소화해도 6개월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정에 서는 일선 변호사로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우선시돼야 할 재판에 사실상 양형만 다투는 분위기가 팽배한 점을 꼬집었다. 정 변호사는 "검사에게 무기가 있다면 변호사에게는 방패가 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이 방패를 들기는 쉽지 않다"라며 "재판에 넘어오면 그때라도 방패가 쓰여야 하는데 수사 내용 중심으로 공판이 이뤄지다 보니 재판에서는 양형만 다투는 형국이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조서를 집어 던져라'라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어록은 이들에게도 피부에 와닿는다. 아직도 '공판중심주의' 부재의 시대다. 수사기관 조서에 의존해 형사재판이 운영된다. 홍 변호사는 "이 전 대법원장의 파격적 말씀에도 우리 형사재판 제도는 여전히 조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모든 증거는 재판에서 비로소 현출되고 심증도 역시 재판을 통해 형성돼야 한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더라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청년 변호사들은 책으로 배운 내용과 전혀 다르게 흘러 가는 형사재판의 모습에 생경해 하지만 이내 적응하고 '공판중심주의가 별거 아니구나'라는 낙담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이 너무 안타깝다"며 토로했다.
변호사 사회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전관 비리에 대한 청년 변호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정 변호사는 전관 비리의 '실체가 있는 경우'와 '실체가 없는 경우'로 나눠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거보다 전관 비리 사례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전관이라는 점이 재판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의뢰인을 속여 비싼 수임료를 받는 행위를 적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새 과제가 생겼다.
정 변호사는 "비리의 실체가 있어서 정말 (법관이) 잘 봐주는 경우, 그걸 누가 어떻게 알고 객관적으로 증명해낼 수 있겠냐는 문제점에 직면한다"며 "더 큰 문제는 실체가 없는 데도 있는 양 턱없이 비싼 수임료를 요구하는 경우다. 사실상 사기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예전보다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그런 사례가 일부 존재하고, 국민의 불신도 높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전관 비리를 잡을 논의를 더 적극적으로, 터놓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해법으로 변호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호사의 학력, 경력보다 전문성이나 뛰어난 분야나 사건 해결 경과를 시민이 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 변호사는 '현관'으로 눈길을 돌려 근절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현직 법관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전관 변호사가 연락하거나 찾아오면 '저 선배 또 왔다'고 빈정댄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 말은 전관 비리가 암암리에 존재한다는 방증"이라며 "(법관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마음으로 비상식적 변론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출범 두 달, 새내기 변호사 단체인 청년변회의 새해 목표는 규모 확장이다. 회원 수가 늘어나야 많은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단체의 목소리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청년 변호사들의 목표를 기성 법조 단체가 아닌 국회와 법무부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 새해 목표"라며 "청년 변호사의 권익 보호, 나아가 국민에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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