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유고로 서정협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된 지 반년이 됐다. 3선 시장의 예고없는 공백은 서울시정에 적잖은 혼란을 줬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서울시 직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6개월이 가까워 오는 이제 시정은 안정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는 2회에 걸쳐 서정협 체제 이후 서울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서정협 대행, 조직 분위기 다져 대응…"안정이 공무원의 본분"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안정적인 시정 운영에 만전을 기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사상 초유의 시장 유고 상황에 대응해 온 최우선 원칙을 이렇게 설명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돌연 세상을 떠난 지난해 7월부터 약 반 년, '천만 도시' 운영의 키를 잡은 서 권한대행은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하는 서울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고 박 전 시장이 2011년 이후 10년 째 시장 자리를 지킨 만큼 유고의 여파도 컸다. 그가 세상을 등진 뒤 한 달이 넘도록 많은 시 직원들은 "초상집"이라며 기자와의 만남도 부담스러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 권한대행은 먼저 내부 분위기 다지기에 나섰다.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매일 아침 부시장단 및 주요 간부들과 시정 현안을 꼼꼼하게 논의하는 한편 권한은 각 실·국·본부장들에게 위임해 부서 단위에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은 뒤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개방직 고위 간부들을 챙기는 일이었다"며 "아무래도 '늘공'보다 입지에 대한 불안이 클 수 밖에 없는 그들을 찾아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일화를 전했다.
평소 일정이 많기로 유명했던 고 박 전 시장처럼, 직접 현장을 챙기는 데도 신경을 썼다. 홍릉 서울바이오허브 등 경제 현장, 태풍 대비 안전 현장, 손기정 체육공원 등 도시재생 현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방역 현장 등을 시간을 쪼개가며 살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대처에 대해 "전 직원이 하나 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현장과 협치, 조직력으로 안정적인 시정 운영에 만전을 기했다"며 "시민의 삶이 존재하는 한 시정은 어떤 순간에도 계속돼야 하고, 어떤 공백도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울했던 일선 직원들의 분위기도 안정을 되찾았다. 서울시 한 직원은 "박 시장 사건 이후 직원들이 우울증에 걸리겠다고 넋두리할 지경이었다"며 "코로나 사태 등 미룰 수 없는 긴급한 현안이 있었고 대행체제도 별탈없이 자리를 잡아 궤도를 찾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이후 약 반 년 동안 엄중한 코로나19 시국에 대처하면서도 국정감사, 예산 등 주요 연간 사업을 큰 잡음이나 공백 없이 수행했다는 평가다. 새로운 정책이나 장기적 시정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며 기존 사업들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데 힘썼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정치인 시장은 굵직굵직한 정책 결정을 하지만 공무원의 본분은 안정적인 운영"이라며 "서 권한대행은 각자 맡은 일을 철저히 하는 것을 가장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새해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협 대행은 신년사를 통해 2021년 시정 목표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역과 민생경제 회복에 힘쓰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미래먹거리 발굴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4월7일 보궐선거가 있을 때까지 안정적인 시정운영, 공정한 선거관리에도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hone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