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조계종 9년 소송전 '도돌이표'…대법, 파기환송

순천시가 지은 야생차체험관 철거를 놓고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9년 소송전이 다시 하급심 재판을 받게 됐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조계종 조계사 풍경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 /이선화 기자

대법 "사찰 당사자 능력 다시 평가해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순천시가 지은 야생차체험관 철거를 놓고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와의 사이 벌어진 소송전이 첫 재판이 열린 지 9년 만에 다시 하급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건물철거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파기환송 했다.

순천시 승주읍 소재 선암사는 원래 조계종 소유이지만 태고종이 사실상 건물과 부지를 점유해 사용하고 있다.

선암사는 등기부상 소유자와 점유자가 달라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순천시장이 재산관리인으로 임명돼 관리하고 있었다.

순천시는 2004년 태고종 선암사 측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해당 토지에 시 예산 44억 원을 들여 야생차체험관을 신축해 2008년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쳤다.

조계종 선암사는 허가 없이 건물을 건축한 것이라며 철거를 요구했으나, 순천시는 '법적인 재산관리인으로서 야생차체험관을 건축하고 소유한 건 적법하다'고 맞섰다.

이에 조계종 선암사는 순천시를 상대로 거부하자 소송을 내 2011년 8월부터 법정 공방을 벌였다.

원심은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로 추정되고, 순천시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 토지 부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순천시는 원고에게 위 건물을 철거하고 이 사건 토지 부분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며 조계종 선암사의 손을 들어줬다.

순천시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하급심은 "토지의 소유자는 원고이기 때문에 순천시가 태고종 선암사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은 것만으로 토지 부분의 점유·사용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계종 선암사가 실체를 가진 사찰로서 당사자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하급심이) 심리가 부족했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선암사는 현재 조계종이 아닌 태고종 소속으로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전래의 사찰인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조계종에 속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는지, 또는 조계종이 선암사에서 독자적 신도들을 갖추고 종교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상세히 심리해 당사자 능력을 판단했어야 하는데 원심은 그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암사를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 사이 장기간 분규가 계속된 사안에서 독립된 사찰로서 실질을 가지고 있는 사찰이 누구인지를 실제 모습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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