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놓고 특검-이재용 측 평행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최고경영진 감시 미흡' vs '감시 체제 강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최종 평가를 놓고 특별검사와 이 부회장 측 의견이 엇갈렸다. 특검은 최고경영진 감시가 미흡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기존보다 감시·감독 체제가 강화됐다는 변화를 주목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 등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의 최종 보고서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이 의견을 밝혔다. 준법감시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한 이 보고서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과 홍순탁 회계사(특검 추천) 보고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이 부회장 추천)가 작성해 14일 최종본을 법원에 제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소송 당사자 동의를 거쳐 18일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사건 첫 재판에서 재판부가 "삼성 그룹이 본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재발 방지책으로 꼽으며 탄생한 조직이다.

특검 측 의견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감시가 미흡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특검은 "지금의 준법감시제도는 그룹 총수의 불법 행위를 제어할 실효성을 갖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고, 유사한 범죄 예방에 큰 의미가 없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조사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같은 경영권 승계 위법행위 재발 방지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으로 조사된 삼성바오로직스 회계 부정 관련 증거 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지원TF도 "강 전 재판관과 홍 회계사는 사업지원TF의 실질적 역할을 확인하거나 점검 요청을 한 바가 없다며 미흡하다는 평가를 했다. 김 변호사의 경우 준법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역할 확인에 대한 점검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준법감시위의 존재가 삼성 총수도 무서워할 수 있을 정도이냐는 질문에 예스(Yes)라고 답변할 사람을 객관적이고 상식적이며 통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 중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파기환송 이후 핵심 쟁점이 된 전문감시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듣고자 피고인 신문을 요청했으나 변호인이 거부했다"며 "공개된 법정에서 의견 표명을 하지 못하는 최고경영진의 의사가 과연 실효적으로 지속 가능할 것인지, 판단은 재판부가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판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삼성 제1차 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오른쪽 두번째) 준법감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최고경영진 감시를 위해 회사에서 독립된 조직으로서 준법감시위를 출범했고, 소속 위원들 역시 철저히 독립된 상태에서 감시·감독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독립된 외부기구로서 의견을 제시 및 권고하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에 기반해 관계사에 대해서도 준법 감시를 강화하도록 노력했다"며 "강 전 재판관과 김 변호사 모두 준법위의 독자적 운영과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를 높이 평가했으나, 홍 회계사는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준법위 의견 제시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이끌어 낸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준법위는 시민 사회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개선 방안을 권고했고, 이 부회장은 4세 승계 포기와 노조 활동 보장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며 "김 위원은 조치 내용(의견 권고)을 거부한 사례가 없고, 다양한 취지로 적극적인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특검이 지적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조치에 대해서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삼성물산 관련 수사는 압수수색 37회, 300명 조사에도 불기소 권고가 내려졌다"며 "강 전 재판관도 기소 적절성 논란이 크고 사실관계가 불분명해 적극적 조치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적을 고려해 1심 판결 전 사실관계를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전문심리위원이 지적한 사항은 피고인과 삼성이 문제 의식이나 의지가 없어서 대응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관계 법령이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그럼에도 나름대로 조치를 취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당장 할 수 있는 내용은 보완 중이고, 향후 더 나은방안을 모색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30일 오후 변호인 최종변론과 피고인 최후진술을 들은 뒤 변론을 종결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최종변론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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