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공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연루를 계기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첫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성과로 꼽았지만, 위원회가 최고경영진까지 실효적으로 감시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준법감시위 운영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지정), 홍순탁 회계사(박영수 특별검사팀 지정),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이 부회장 지정)가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는 회사 밖의 조직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이 관계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한 상당히 폭넓은 감시활동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며 "준법감시위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 문화 여론 등을 종합하면 지속가능성 역시 현재로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5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놓고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 설치 이후인 3월, 최고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준법 의제로 경영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이라는 세 가지를 정하고 개선 상황을 권고했다"며 "그 결과로 이 부회장이 4세에 대한 승계를 포기하고, 무 노조 경영을 폐기한다는 취지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라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강 전 재판관은 "신분 노출 위험 없이 제보할 시스템을 강화했지만, (준법감시위 활동) 기간이 짧아서인지 최고 경영진 관련은 발견하기 어려웠고 대부분 민원 사항일 뿐이었다"며 "결국 독립성 유지와 실효성 확보는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와 여론의 감시에 달려 있는데, 준법감시위가 새로 발생할 위험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강 전 재판관은 "삼성 합병 관련 형사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해서는 준법감시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고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관계사 내부조직에 의한 준법감시에 있어서도 최고경영진에 대한 건은 일정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평가했다.
강 전 재판관이 지적한 형사사건은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을 계획하고, 이 과정에서 관계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이 부회장은 이 의혹 관련 혐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홍 회계사 역시 준법감시위의 감시가 이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에도 실효적으로 이뤄지는지 의문을 표했다. 특히 삼성바오로직스 회계부정 관련 증거 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지원TF에 대한 기본적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회계사는 "삼성 합병과 사업지원TF 관련 조사는 재판부 지시 사항이었음에도 사실조회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최고 경영자가 준법 위반 리스크는 기본적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게 적용된 사실관계 확인과 보고, 인사 조치 검토와 대책 수립이라는 동일한 프로세스가 최고 경영진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홍 회계사는 "중요한 것은 준법감시조직이 성역없이 작동하느냐는 것인데, 현재까지 준법감시위와 그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며 "삼성도 경영권 승계 관련 준법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고 이런 항목에 대한 컨설팅을 위해 보스턴 컨설팅 그룹 용역으로 발주했다는 점에 비춰, 보완될 수 있음에도 현재는 공백 상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회계사 역시 준법감시위의 감시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 사건 피고인들처럼 최고 경영진에 대해서도 실효적으로 이뤄지는지 의문을 표했다. 특히 삼성바오로직스 회계부정 관련 증거 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된 사업지원TF에 대한 기본적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회계사는 "삼성 합병과 사업지원TF 관련 조사는 재판부 지시 사항이었음에도 사실조회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최고 경영자가 준법 위반 리스크는 기본적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게 적용된 사실관계 확인과 보고, 인사 조치 검토와 대책 수립이라는 동일한 프로세스가 최고 경영진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또 홍 회계사는 "중요한 것은 준법감시조직이 성역 없이 작동하느냐는 것인데, 현재까지 준법감시위와 그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며 "삼성도 경영권 승계 관련 준법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고 이런 항목에 대한 컨설팅을 위해 보스턴 컨설팅 그룹 용역으로 발주했다는 점에 비춰, 보완될 수 있음에도 현재는 공백 상태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원들은 독립성과 책임 의식을 갖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를 고무시키기 위해 활동 중이며, 그 성과로서 이 부회장이 4세 경영과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대국민 사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평가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가 아닌 추상적 제도, 시스템에 대한 평가"라며 "어떤 사항을 확인, 점검, 조사했는지보다 준법 감시에 적합한 체계와 구조를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 인사들로 판검사, 대법관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와 시민활동가 등을 선임했고, 이들을 면담한 결과 자신의 역할이 강화됐고 이에 따른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며 최고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입장에서 준법을 감시할 역량을 갖추고 있고, 위원장은 향후에도 이런 입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5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얼마 전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총수가 직접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고, 준법 경영을 약속했다. 위원회 권고로 이뤄졌지만, 조금 살을 붙이자면 국민과 한 약속 수준으로 각인됐다"라며 "(대국민 사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최고 경영진에도 영향을 미쳐,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 준법 의지를 적어도 지금 상태보다 후퇴시키거나 약화하지 않을 동기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밝힌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위원들에게 명령했다. 또 특검과 피고인 측이 모두 동의한다면 비실명화한 최종 보고서를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게시해 시민에게도 공개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원활한 경영권 승계 작업 목적으로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 측이 최 씨 측에 말 3마리(살시도, 비타나V, 라우싱1233)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 모두 50억 원가량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이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이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파기환송심 재판은 올해 1월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다.
대법원이 지난 9월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을 최종 기각하면서 9개월 만에 재판이 다시 열렸다.
재판이 재개된 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운영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강 전 재판관, 홍 회계사, 김 변호사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21일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의 의견 진술 기일을 진행할 방침이다. 결심 공판기일은 추후 다시 지정한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