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의식불명 장교 가족에 전화로 전역 통보는 '무효'

문서로 통보하지 않은 전역 결정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효균 기자

"송달받을 사람에게 전달돼야 문서 효력"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문서로 통보하지 않은 전역 결정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전화로 전역을 통보받은 후 사망했다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한 장교 유족에게는 억울함을 풀 길이 열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사망한 예비역 육군 대위 A씨의 배우자 B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전역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5년 4월 단기복무 장교로 육군 대위에 임관한 A씨는 국군 모 병원에서 복무했다. A씨의 전역 예정일은 2018년 4월. 그러나 전역 1년 전인 2017년 6월 혈관성 치매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MRI와 CT를 촬영한 결과 신경교종 확진을 받는다. A씨는 같은 해 7월 국군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국군병원은 A씨를 '공상 의결'로 결정하고 전역을 제안했다. A씨의 병이 직무수행으로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A씨는 2017년 9월 심신장애 전역에 동의한다며 서류에 자필 서명 후 복무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해당 국군병원장은 A씨에게 '심신장애등급 최종2급'과 '장애보상등급 최종1급'을 부여했다.

국방부는 2018년 1월 26일 A씨에게 '심신장애자'를 이유로 전역을 명했다. 전역 예정일은 2018년 2월 28일로 결정했다. 국방부 의무조사담당자는 이같은 내용의 처분 결과를 A씨의 배우자인 B씨에게 안내했다. 문서는 따로 보내지 않고 B씨의 휴대전화에 결과를 보냈다. A씨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가 된 이후였다.

2018년 3월 11일 A씨는 세상을 떠났다. 국방부 영현관리심사 담당자는 같은 해 4월 'A씨가 심신장애 전역 이후 사망했다'면서 순직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군인연금과 담당자도 'A씨의 질병과 군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공무상 상병 불인정 결정을 통보한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국방부가 전역을 문서로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봤다. /남용희 기자

A씨의 아버지는 국방부 중앙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심사위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의 배우자 B씨는 "사전통지 절차나 의견진술 기회가 없었다. 처분에 중대,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하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국방부가 전역을 문서로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해야 한다. 해당 문서가 송달받을 자에게 도달돼야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이를 위반한 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국방부는 A씨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 전 이미 처분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을 망인에게 문서로 통지하지 않아 무효인 이상 처분 이후에 B씨에게 내용을 알려준 사정 등에 의해 하자가 치유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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