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부지검 공보관 이 모 검사 법정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현직 검사가 '검언유착 의혹'으로 기소된 채널A 기자의 재판 증언대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3일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후배 백 모 기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이 모 대전고검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검사는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질 당시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으로 일했다. 이 검사는 이동재 전 기자가 지난 2~3월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낼 당시 후배 백 기자와 만나 신라젠 수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백 기자 측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이동재 전 기자와 백 기자의 공모를 주장하지만 백 기자 측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전체를 인지하거나, 개입하거나 한 부분이 전혀 없다. 공모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백 기자가 녹음한 검찰 공보관과의 대화 내용이 이동재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검사는 백 기자 측이 신청한 증인이었다. 백 기자의 변호인은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 백 기자와 이 검사가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정확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검찰은 이 검사와의 대화를 녹취록으로 확보했다며 신청을 거부했지만, 재판부는 증인으로 채택했다.
백 기자는 2월 14일, 3월 17일 총 두 차례 이 검사를 만났다. 백 기자는 이 검사에게 신라젠 수사 상황을 물었고, 이를 모두 녹음했다. 이 검사는 백 기자가 녹음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일반적으로 기자가 취재원을 만날 때 녹음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며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주목할 대목은 검찰의 질문에서 나왔다. 검찰은 증인인 이 검사에게 "백 기자가 이동재랑 이철에게 접촉해서 검찰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데에 증인과의 대화내용을 활용할 생각을 미리 알았다면 백 기자와의 면담에 응했겠나"라고 물었다. 백 기자의 녹음파일이 이철 전 대표를 만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다.
이에 백 기자 측은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상당한 유도신문"이라며 "이미 백 기자가 이철을 만나 협박하거나, (공보관에게서) 들은 내용을 악용했다고, 전제해서 질문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과의 관련성을 언급하는데 증인의 대화 내용을 활용할 것을 알았다면 백 기자와의 만남을 응했겠냐라고 하는데, 유도가 아니지 않냐"며 "백 기자도 접촉한 건 맞지 않냐"고 이 검사에게 대답을 요청했다. 이어 검찰도 "백 기자가 부적절한 취재에 활용할 것을 알았다면 '수사팀 검사가 5명이다' 이런 답변을 했겠냐"고 물었다.
다만 이 검사는 백 기자의 취재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수사팀 정보 역시 "남부지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라서, 그것을 이야기 못 해줄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백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언급하면서 취재 활동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백 기자가 "유시민이 목표다"라고 말하며 공보관을 통해 검찰 내부 사정을 취재하고자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백 기자 측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이동재 전 기자 측도 이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혹시 백 기자가 증인을 만났을 때 유시민을 타깃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검사는 "신라젠 사건의 정부 인사를 말하면서 예를 들어서 말을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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