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秋尹 법정싸움 첫판…'집행정지 인용' 가능성 무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집행 정지 명령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적 대응이 시작됐다. /국회=이새롬 기자

임기 단축·직무 대행 쟁점…'소 각하' 예상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집행 정지 명령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적 대응이 시작됐다. 일단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사다.

윤 총장은 25일 서울행정법원에 '추 장관의 직무 정지 명령 처분의 효력을 본안소송(취소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이날 오후 3시께에는 직무 집행정지 명령을 취소하라는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추 장관은 24일 '판사 사찰' 등 비위 의혹을 공개하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을 내렸다. 윤 총장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정지 명령이 내려진 다음 날 전자 소송 심야 인터넷 접수를 통해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 조처한 것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 얼마 남지 않은 임기·차장 검사 직무대행이 쟁점

집행정지란 본안 소송에서 따지고 있는 처분의 효력과 그 집행을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처분 집행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지가 관건이다.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신청 인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총장 임기는 2년으로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면 본안 소송 결론이 나오기 전에 직무 배제 상태로 임기를 마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임기 단축은 금전적 보상이 어렵기 때문에 법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윤 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본안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가 임기가 끝나버리거나, 임기가 사실상 대폭 단축되는 등 보상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어 인용 가능성이 크다"며 "직무 배제는 금전 등 어느 것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용 범위가 넓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검찰총장이 부재하면 결국 수사 체계에 혼란이 오고, 그 피해는 수사 대상자인 국민에 번진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청한 A 변호사는 "윤 총장 개인의 손해보다, 검찰 수장의 부재로 공공의 손해가 얼마나 큰지도 따져 봐야 한다. 윤 총장이 지휘하던 수많은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고, 그 피해는 사건 관계자인 국민에게 가게 된다"며 "공익적 측면에서 검찰총장의 부재로 인한 손해가 크다고 판단해 인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 변호사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검사가 총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손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그는 "총장 직무 배제 바로 다음 날 차장 검사가 직무 대행으로 투입돼 총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에서 그 손해의 경중을 따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의 이익 없다' 각하 가능성도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다음 주 수요일(12월 2일)로 잡히면서,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에 대한 결정이 나오기 전에 직무 배제 성격을 띤 징계가 확정되면, 법원은 '소의 이익이 없다'며 사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를 각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는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무배제 명령은 징계 요구에 부수되는 처분"이라며 "최종 징계가 확정되면 그 처분에 대한 소송을 통해 전체(직무배제, 징계 요구, 징계처분)를 취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집행 정지 명령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적 대응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꺼내든 대응책은 추 장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이다. /이새롬 기자

◆ 집행 정지 인용은 곧 추미애 판정패?

일각에서는 이번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추 장관 처분의 적절성을 따진 '1차 판단'이 될 수 있지 않으냐는 말이 나온다.

법률가들은 추 장관 처분의 부적절함을 근거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집행정지 신청과 같은 가처분 사건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별개의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피의자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형사 재판에 비유했다.

서초동의 B 변호사는 "집행정지 신청은 구속 영장 심사로 생각하면 된다. 피의자 혐의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지만, 혐의가 어느 정도 중대하다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느냐"며 "집행정지 신청 역시 추 장관 처분이 부적절해 보여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초동의 C 변호사는 "가처분은 말 그대로 임시 처분일 뿐이고 추 장관 처분의 적법성은 본안 소송 재판에서 따져야 할 부분"이라며 "영장 심사에서 구속 됐다고 해서 형사재판에서 반드시 유죄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잘라 말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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