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백원우·박형철 속행 공판…'감찰 무마' 심리 마무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재판 심리가 마무리 됐다. 다음 기일부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부장검사는 '소회를 밝히고 싶다'며 발언 기회를 얻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재수사 때 박수치던 분들이 이 사건 수사는 비난했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감찰 무마 의혹 관련 공소사실을 심리하는 마지막 절차다.
검찰과 피고인 측은 지난 5월부터 진행된 증인신문 내용과 제출된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각각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구체적 비위 내용은 통보받은 바 없다'라는 당시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의 증언을 들며 "피고인들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내용을 금융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거나, 거짓 통보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보수 정권에서 어렵게 버텼는데 여권(이번 정권)이 들어서도 감찰을 진행해 배신감에 휩싸였다'는 내용이 담긴 유 전 부시장의 피의자신문조서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의 친분이 두텁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참여정부 인사인 유 전 부시장을 위해 여권 관계자들이 '구명 운동'을 벌였고,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이를 의식해 감찰을 무마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 측은 구체적 의견은 서면으로 대체하겠다면서도, 유 전 부시장과 여권 관계자들의 친분을 강조한 검찰의 주장에 "유 전 부시장과 김 지사, 천 정 행정관 사이 있었던 이야기를 피고인으로선 알 수 없고, 또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비위 첩보의 근거가 약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도 "당시 감찰에서 밝혀진 사실만으로 보면 근거가 약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이해된다"고 맞섰다.
변호인에 따르면 감찰로 밝혀진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기업 등에서 제공받은 운전기사 포함 자가용과 골프채 등이다. 감찰 진행 무렵에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활성화되지 않아 자가용과 골프채 등이 금전으로 환산될지, 환산된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봐야 할 지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으로선 근거가 약하다고 해석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서증 조사를 끝으로 감찰 무마 의혹 심리가 끝나면서, 다음 공판부터는 자녀 입시 비리 등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피고인석에는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 대신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자리할 전망이다.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이정섭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반년에 걸친 감찰 무마 의혹 심리를 마친 것에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가 앞으로의 재판 진행 절차를 안내하며 검찰과 피고인 측에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인사를 건넬 때였다.
재판부: 이상으로 서증조사를 마쳤습니다. 이제 2020고합OO(감찰 무마 사건)에 대해서는 최종 진술만 남겨둔 상황입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이 부장검사: 재판장님, 이제 결심 때나 뵐 것 같은데 소회나 당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판부: 소회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 부장검사: 재판장님, 그거 아시나요? (감찰 무마 사건 수사팀과) 똑같은 구성원이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를 했습니다. 수사 난이도를 보면 김 전 차관이 좀 더 어려웠던 사건인데요. 그 수사를 할 때 박수치던 분들이 이 수사에 와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로서는 구성원도 바뀐 게 없고 성향도 같은데 왜 그런 비난을 받는지 의아스러웠습니다. (중략) 수사팀은 항상 법원 판단을 존중해왔습니다. 저희가 '팩트 파인딩'에만 골머리 앓던 상황에서 이 사건은 법치주의상 문제라는 일깨움을 준 것도 이 사건 영장전담 판사님이셨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판결을) 내려주실 것으로 보고, 저희 수사팀도 그런 마음으로 수사했다는 심정을 알아주십시오.
이 부장검사는 또 "이 사건 관계인 중 어떤 분이 '피아'(彼我) 라는 개념을 썼다"라며 피아는 정치와 전쟁에서는 생길 수 있지만, 형사의 영역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수사 입장에서 피아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려는 '피'와 밝히려는 '아'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7월 공판에서도 '증인 사전 면담' 사실이 드러나 비판 받자, 법정에서 "특정 피고인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저희는 목적을 갖고 실체에 대한 접근력을 좌우할 능력이 없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가 소회를 밝히면서 피고인 측 변호인도 덩달아 심리를 마친 심경을 전하게 됐다.
조 전 장관을 대리하는 김종근 변호사는 "지난해 (구속) 영장 심사를 준비했던 일이 생각난다. 심사가 12월 26일에 있어서 정말 악몽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면서도 "검사님들이 (피고인 측에 대한) 사적 비난도 전혀 없고 안정적으로 해주셔서 재판 진행 과정은 좋았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을 보며 직권남용 범죄가 최근 들어 왜 이렇게 남용되고 있는지 걱정했다. 직권남용에 대한 국내 판례 중 검토, 분석하지 않은 판례가 없다"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의 다음 재판은 12월 4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이날 재판은 공판준비기일로, 가족 비리 의혹 심리 본격화에 앞서 재판 진행 절차 등을 논의해 정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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