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2심서 유죄로 뒤집혀…KT와 '일식 만찬' 결정타

KT에 딸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재판부 "국회의원 본연 업무 저버렸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법원이 딸의 KT 부정 채용 청탁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과 달리 김 전 의원과 이석채 전 KT 회장 사이 청탁이 오간 '일식집 만찬'이 실재했다는 판단이 유무죄를 갈랐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의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2012년 이 전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아주는 대가로, 그해 딸 김모 씨를 KT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게 한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로서 증인 채택에 관한 김 전 의원의 직무와 이 전 회장의 딸의 채용 기회 제공 사이에 대가성이 인정된다"라며 두 사람의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에 대해 "헌법상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할 국회의원이 개인적 이익에 따라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해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를 저버려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사건이 일어난 2012년 당시 부정 채용이 뇌물죄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았고, 김 전 의원이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은 스스로 자랑한 KT의 투명한 시스템을 붕괴하고 수많은 지원자에 자괴감을 안겼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보다 6개월 무거워진 형량이다.

이 사건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 전 사장과 김모 전 인재경영실장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상무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단이 유지됐다.

KT에 딸 채용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왼쪽)과 당시 KT회장을 지냈던 이석채 전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지난 1월 김 전 의원의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채용상 특혜 제공은 인정되지만, 뇌물을 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회장 역시 1심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를 선고받고 뇌물공여죄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들의 뇌물 혐의 무죄에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 전 사장은 수사기관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2011년 서울 여의도 일식집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이 만났고, 김 의원이 이 자리에서 딸 정규직 전환을 부탁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카드 거래 명세 등을 볼 때 두 사람의 만남은 2009년에 이뤄졌고 당시 김 전 의원의 딸은 대학생이라 부정 채용을 청탁할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날 재판부는 "2001년 이 전 회장과 김 전 의원이 식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설령 사실인정을 달리해 2011년 만찬이 없었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서 전 사장의 진술의 핵심인 '김 전 의원의 딸을 채용하라'는 이 전 회장의 지시 사실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김 전 의원 역시 2011년 만찬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들에 의해 (2011년 만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KT는 사기업으로서 대표 이사의 채용 재량권이 넓게 인정된다는 이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KT는 사기업으로서 재량권을 가지지만 그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없다"며 "이 전 회장의 부정 채용 행위는 대표 이사의 재량권 범위 내라고 볼 수 없고 그 불공정함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딸의 KT 공채 지원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김 전 의원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경력을 볼 때 KT 파견 계약직과 정규직 채용에 관한 상당한 경험과 지식이 있었고, 딸 김 씨의 능력은 2012년 하반기 대졸 공채 경쟁률에 비춰 정상적 공채 절차로 합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김 전 의원은 당시 대선으로 바빠 딸의 상황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2012년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본 위원의 딸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진술한 점, 다양한 의사소통 형태로 KT와 유대 관계를 유지한 점에 비춰 딸의 채용 절차 진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김 전 의원은 "검찰의 날조된 증거들과 허위진술·증언에 의해 판단된 잘못된 결과"라며 즉각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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