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킹크랩 시연' 인정…김 지사 측 상고 뜻 밝혀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지사는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상고 의사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6일 오후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김경수 지사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선 등을 위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대로 징역 2년을 그대로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형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을 저버리는 행위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인 댓글부대의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시 경공모 사무실(산채)을 방문해 드루킹 김동원 씨의 킹크랩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인정했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는 근거로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과 ' 구글 타임라인' 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바꾸지 못 했다. 함 부장판사는 "특검이 주장하는 시연 시간대 로그와 피고인 방문 전후의 일련의 로그 기록의 의미는 바로 직접 킹크랩 프로토 타입을 시연했다는 우모 씨(킹크랩 개발자)와 김동원 기억과 연관돼 있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김동원의 옥중노트에 기록된 브리핑과 로그 등 객관적 증거가 드러났는데 모두가 예외 없이 2016년 11월 9일을 향한다.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한 시간대로 좁혀진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에서 문제가 됐던 댓글 역작업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선고했다.
김 지사는 자신이 출마한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김 씨의 측근인 경공모 회원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하는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 혐의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은 특정선거와 특정후보자가 있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게끔 했다고 한다. 그것은 너무나 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법률적으로 유죄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센다이 총영사 추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은 센다이 총영사에 대한 의사 표시가 지방선거에 대한 대가로 공소사실에 적었는데, 대선과 관련한 금품제공 의사표시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고육지책으로 지방선거와 센다이 총영사를 연결시킨 것"이라며 "관련자 진술 모두가 대선과 관련한 보상이라고 이야기할 뿐 지방선거와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드루킹 김 씨가 징역 3년, 개발자 우 씨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점을 토대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 지사가 현재 공직에 있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김 지사는 이날 법정에서 재판장을 바라보며 경청했지만,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결론을 내리자 손에 든 펜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2년 실형 선고 후에는 고개를 푹 숙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김 지사는 "재판부가 로그 기록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된 자료들을 충분한 검증 없이 유죄로 판결한 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긍정적인 댓글을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부탁했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사실관계조차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상고 의사도 밝혔다. 김 지사는 "진실의 절반만 밝혀졌고, 나머지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겠다"며 "걱정해주신 경남도민들과 국민들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도정에는 흔들림 없이 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지사 측 변호인도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인은 "핵심은 로그 기록인데, 재판부가 설명했듯이 로그 기록의 객관적 의미는 파악이 어렵다. 재판부도 스스로 말했는데 결국 한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특히 닭갈비 영수증과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에 대해서 재판부가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타임라인에 도착과 출발 시각이 고정돼있다. 식사 여부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논증 과정에서 동선에 대해 합리적인 논증을 하지 않았다. 로그 기록만으로 브리핑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재판부가 이 사건의 올바른 결론을 찾겠다고 하던 책임감이 결국 과욕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본인의 추론에 대해 모순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추론이 맞다고 한 부분은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어 "사실관계와 확실히 다르고, 증거 법칙도 달라서 상고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1심은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댓글조작 혐의는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4월 보석으로 석방된 후엔 불구속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다.
특검은 지난 9월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징역 3년6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는 징역 2년6월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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