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성추행 의혹에 모든 것 잃었다"…정봉주 무죄 호소

4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무고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정봉주 전 의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동률 기자

검찰, 징역10월 구형…1심은 무죄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반박했다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에게 2심에서도 실형을 구형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문제된 기사는 악의적 보도였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4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전 의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0개월에 벌금 200만원의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이 2018년 3월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하자 기자 2명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를 호텔에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며 "해당 기사는 나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이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당일 해당 호텔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이 나오자 정 전 의원은 고소를 취하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이 기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기자를 고소한 것은 무고 혐의를 적용했다. 정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검찰은 정 전 의원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벌금 200만원의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진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는 정 전 의원의 모습. /이효균 기자

정 전 의원은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전 의원은 '왜 기자를 고소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기사가 처음부터 다른 언론사들을 오해하게끔 만들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며 "팩트 확인 과정이 없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서 악의적인 보도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보도로 하루 수백 건씩 재생산되는 기사들을 막기 위해선 고소할 수 밖에 없었고, 당시 미투 열풍이 무서웠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호텔을 간 적 없다는 기자회견 해명을 놓고는 A씨와 만났다고 지목된 날짜 당일 상황이 전혀 기억 안 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카드 영수증을 찾게 된 과정도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카드 내역을 찾기 위해 호텔에 연락했지만 이미 7년이 지나 전표를 찾을 수 없었고, 카드사에 사용 내역이 남아있었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범죄 사실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의원이 당시 기자회견을 연 것도 당선의 목적이 아닌 자기방어의 성격이었고 성추행 의혹은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프레시안의 보도에는 "정 전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시킬 의도가 명백하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봐도 해당 보도 내용이 객관적 진실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8년 3월, 성추행 의혹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의 정 전 의원 모습. /더팩트 DB

검찰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 A씨의 진술은 일관됐고, 허위진술의 동기가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남자친구나 지인들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꾸준히 밝혔지만 1심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증거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뒤늦은 폭로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의견에도 "(가해자가) 공직에 출마하는 상황이 되자 그런 사람이 공직을 담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폭로한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반박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정 전 의원은 "미투 열풍 분위기 속에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의혹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선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밀려난 지 10년이 넘었다. (피선거권이 박탈된) 고난의 시간에는 희망이 남아있었지만 3년 전 사건이 터진 후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제 인생은 끝났다. 언론은 제 재판의 결과에 별반 관심이 없고, 세상은 저를 그냥 저를 '성추행범 정봉주'로 기억할 것이다. 어둠의 터널에 지쳤다"며 "이 고통 속에서 마지막으로 믿고 기댈 곳은 양심의 최후의 보루라는 법원밖에 없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8일이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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