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정치적 행보 견제…윤 총장, 검찰 조직 내 보폭 넓혀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며 윤석열 총장을 다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청와대 청원에 대한 입장 형식을 취했지만 최근 대선주자급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윤 총장을 견제하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이에 질세라 윤 총장은 부장검사들을 앞에 두고 "사회적 강자를 엄벌하라"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법무부는 3일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추 장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커밍아웃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실명으로 추 장관의 감찰지시를 비판한 검사를 말한다. 해당 검사의 퇴출을 요청하는 청원 참여인원이 40만명에 다가서자 장관으로서 검찰개혁의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윤 총장의 최근 행보를 지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된다"면서 "그 정점에 있는 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 모든 검사들이 법률가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추 장관을 직접 겨냥해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검사에 대한 의혹을 담은 기사를 공유하며 "개혁만이 답"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이프로스에 "저도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전국 검찰청 검사들이 실명으로 300개가 넘는 반박댓글을 달았다.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커밍아웃 검사의 사표를 받으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3일 기준 청원 참여인원이 4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입장문에서 추 장관이 검찰개혁 완수를 강조하긴 했지만 초점이 윤 총장의 최근 행보에 더 맞춰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주 대전고·지검을 방문한 데 이어 3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찾으면서 일선 검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추 장관의 감찰 지시 이후 공개적인 대응은 피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세를 넓히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법무연수원에 도착해 초임 부장검사 30여명을 상대로 강연한 후 이들과 만찬을 나눴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 개혁의 비전과 목표는 형사법 집행 과정에서 공정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과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장검사들의 리더십을 놓고도 "부장으로서 부원들에게 친한 형이나 누나와 같은 상담자 역할을 하고 정서적 일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팀워크를 잘 만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원론적 차원에서 꺼낸 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굳이 '사회적 강자 범죄 엄벌'을 강조한 것은 현 여권을 향한 속내를 보여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실상 조직문화로 유지되는 '검사동일체'를 연상시키는 '정서적 일체감'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바람도 엿보인다.
대전고·지검을 방문한 지난달 29일 윤 총장은 대전을 찾은 이유를 설명하며 "검찰 가족이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 총장으로서 한 번 직접 눈으로 보고 애로사항도 들어보고 등도 두드려 주려고 왔다"고 했다. 이를 두고 검찰 조직을 추슬러 지지세를 확보하려한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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