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향해 "개혁만이 답" VS "개혁 앞장서 달라"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가족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등도 두드려주려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9일 일선 검사들을 만나러 간 대전고검·지검에서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추미애 장관이 SNS를 통해 일선 검사에게 날을 세운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윤 총장은 이날 일선 검사들에게 '검찰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한 반면, 추 장관은 특정 검사를 꼽아 '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자신을 겨냥한 추 장관의 감찰지시가 잇따르자 8개월 간 중단했던 지방 검찰청 방문을 재개했다. 일선 검사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지난 2월 부산과 광주 고·지검을 차례로 다녀온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행사다.
윤 총장은 대전을 찾은 이유로 "(내가)과거에 근무했고 우리 대전 검찰 가족이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 총장으로서 한 번 직접 눈으로 보고 애로사항도 들어보고 등도 두드려 주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는 상황에 나온 총장의 '내 식구 돌보기'는 이른바 '검심(檢心) 잡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표현은 안과 밖을 구분지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8시까지 4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건의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대전 고·지검은 전날 간담회 참석을 희망하는 검사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일선 검사들에게 "내년 1월 1일 개정 형사소송법 등 시행을 앞두고 검찰구성원 모두가 다 함께 지혜를 모아 형사사법 제도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 불편을 방지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검찰개혁의 비전과 목표는 형사 법집행 과정에서 공정과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인권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임의수사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고, 수사시스템도 공판중심주의 수사구조로 개편하는 등 검찰구성원들이 형사 법집행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했다.
추 장관도 이날 검찰개혁을 언급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선 검사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공유한 기사를 링크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실패한 개혁'이라며 자신을 공개 비판한 일선 검사를 향한 반박이었다.
공유된 지난해 8월 20일자 경향신문 기사에는 '인천지검 강력부 검사가 동료검사의 약점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20일간 독방에 구금하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해당 검사는 추 장관 비판글을 쓴 이현우 제주지검 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이 기사에서 '검사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실을 외부에 유출할 위험도 있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어 본인 동의를 거쳐 접견권 등을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이 검사는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라며 추 장관을 대놓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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