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심리위원 구성에 검·변 여전히 '으르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약 9개월 만에 재개됐다. 어제(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부회장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 전 사건의 쟁점과 향후 재판 일정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6일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도 오늘 재판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날 부친상을 당하면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부회장 없이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낸 전문심리위원 지정 및 참여 결정 취소신청을 기각했다. 전문심리위원 구성 문제는 특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주요 사유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 진행 및 기피신청 사건의 기각결정 취지에 비춰 전문심리위원 참여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취소할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아 (전문심리위원 참여 결정을) 취소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또 특검이 29일까지 위원 후보를 추천하면, 이 부회장 측의 의견을 듣고 신속하게 참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 9일과 30일 속행 공판을 차례로 진행한 뒤, 12월 14일 혹은 21일에 변론을 종결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특검은 "특검이 제시한 사항의 실효적 점검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은 점을 고려해 향후 기일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특검이 밝힌 점검 사항은 △ 승계작업 관련 주식 처분과정을 위원회가 감시할 수 있는지 △ 이 부회장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회사 또는 주주가 받은 손해에 대한 피해보상 계획이 있는지 △ 정·관계, 언론을 대상으로 한 불법 로비 방지 대책이 수립돼 있는지 △ 위원회의 예산과 조직이 실질적으로 독립된 상태인지 △ 이 사건 관련자 변호사 선임에 회사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나아가 감시한 건 아닌지 등이다.
특검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의 전문심리위원 지정에도 반발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아무리 절차 진행은 재판부 재량이라지만, 의견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판부는) 저희 의견을 들으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이미 전문심리위원 지정이 고지됐는데 이제와서 말하는 건 소송지연 목적이 아니냐"고 맞섰다. 기일 지정에 대해서도 "그동안 피고인은 절차적 불안 상태가 극심했는데, 지금 와서 기일이 너무 적다고 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다음달 9일 공판기일에 향후 일정을 다시 정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미국의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며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하도록 하고,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정 부장판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운영을 점검하겠다며 법원과 특검,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3명의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실태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구성 자체를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주심을 맡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변호사)을 전문심리위원으로 결정했다.
이같은 정 부장판사의 결정에 일각에선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양형 요소를 미리 만들어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 역시 지난 2월 재판부의 불공정한 재판 진행을 지적하며 기피 신청을 냈으나 지난달 18일 대법원에서도 최종 기각 당했다.
대법원의 기피 신청 기각으로 지난 1월 17일 공판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약 9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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