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수사 의혹 사실 아냐…대검 보고 없었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라임 사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결정에 반발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를 통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 놓으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지검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OO(김봉현 씨)의 두 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의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서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춰지고 있는 것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박 지검장은 1조 6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일으킨 라임 사태의 수사를 맡아 지휘 중이었다. 라임 사태는 최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두 차례 입장문 발표 등으로 검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검사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 사태 수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 가족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이에 대해 박 지검장은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이번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정치인 비리에 대해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제대로 했는지 부분과 관련해,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지검장은 "검찰청법 제9조의 입법취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검찰권 행사가 위법하거나 남용될 경우에 제한적으로 행사돼 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검사가 아닌 검찰총장에게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5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시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퇴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제 검사장으로서 그 당시 저의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라임 사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남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박 지검장은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제발 믿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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