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기관경고·특별교육 권고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나눔의집'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신상을 공개하는 등 인권침해를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20일 인권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요양 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집의 인권침해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법인이사장과 시설에 대해 기관경고를 하고,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피해자의 개인정보에 대해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전임 운영진들에게는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도 권고했다.
인권위의 조사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자 A할머니는 신상이 공개되는걸 꺼렸다. 그러나 나눔의집 전 소장과 전 사무국장 등은 홈페이지에 A할머니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개인 블로그나 SNS에도 할머니의 사진을 게시했다. A 할머니의 출생연도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는 나눔의집 홈페이지와 발간물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전임 운영진은 A할머니가 자신에게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 한 적이 없고, 입소 시 상담을 통해 신상이 공개될 수 있음을 미리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A할머니의 의사에 반해 신상 공개를 했다며,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명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특수한 각자의 계기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공익적인 행위"라면서도 "본인의 경험이 알려질 경우 개인 및 가족들에게 미칠 피해를 염려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가 치매를 앓았고, 고령에 나눔의집에 입소해 본인의 상황과 외부 공개 범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의사 표현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면 거부나 항의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방을 치운 행위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나눔의집은 지난해 여름 증축 공사를 이유로 할머니들의 개인 물품을 밖으로 옮겼으나 비가 내려 상당한 물품이 훼손됐다.
인권위는 "피해자들에게 짐 정리와 공사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해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본인들의 방과 짐들이 정리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동의 절차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업무수행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전임 운영진이 할머니를 두고 직원들에게 "버릇이 나빠진다"는 언행을 한 것도 인권침해라고 봤다. 인권위는 "'버릇이 나빠진다'라는 표현이 그 자체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들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어이가 없다' '당황스러웠다' 등으로 반응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모욕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했다.
다만 인권위는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조사대상에 해당하기 어렵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앞서 지난 3월 나눔의집 관계자인 진정인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이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시설 직원들과 간병인, 사회복무요원 및 자원봉사자의 진술을 청취하고, 사진 및 조사 자료 등을 종합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전임 운영진은 인권위 조사 도중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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