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김봉현 '변심'에 당황한 검찰…"미키루크와 만났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16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영무 기자

'라임 핵심' 김봉현 "검찰 프레임대로 따라가"…법정서 진술번복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정치권 유력 인사를 거론하며 연일 폭탄발언을 이어나가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이번에는 검찰에서 한 진술을 뒤집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도록 흐름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16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일 이 모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천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전 위원장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필명 '미키루크'로 활동한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 부산 사하을 지역구에서 낙선했다. 이 전 위원장은 출마 준비를 하던 2018년 7월 김 전 회장에게 선거사무소 개소 비용 명목 등으로 불법 정치자금 3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감사로 재직하던 전문건설공제조합의 투자를 부탁받아 동생에게 5천6백만원을 건네게 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구속기소 됐다.

이상호 전 위원장 재판의 증인석에 선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대부분 번복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8년 7월경 이 전 위원장이 선거 자금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해 3천만원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회장은 "당시에는 그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2018년 하반기 이상호가 부산에 내려간 다음에 그때 (선거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선거 관련 이야기를 들은 게 돈을 준 이후이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검찰에서 조사를 한번 받은 게 아니라 이 건과 관련해서는 네 번을 조사했고, 진술서도 한번을 작성했다. 당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조사받는 입장에서 명확하지 않은데 자꾸 생각을 하다 보면 (날짜가) 언저리에 맞춰지다 보니까 그렇게 말씀드렸다"며 "재판 나오기 전에 정확히 말씀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에 생각을 해보니 공장 운영비 때문이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 당시 이 전 위원장에게 정치자금으로 돈을 줬다고 진술해야 하는 흐름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사하던 검사가 부장검사에게 보고 후 돌아왔을 때 검찰에 협조를 해야 하는 상황의 시그널로 판단했다"며 "(검찰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에는 그렇게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2018년 하반기 이상호가 부산에 내려간 다음에 그때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상호 전 위원장 페이스북

김 전 회장은 강기정 전 수석과 관련된 자신의 증언으로 사회적 파문이 일어난 것을 보고 제대로 된 증언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8할은 정치인에 관련된 조사였고, 저에 대한 조사는 단 20%였다. 진행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협조를 해주겠다는 시그널을 받아 맞춰서 했다"며 "그렇게 했더니 개인적으로는 '잘 됐구나,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서 충격을 받았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조사받아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속됐고, 심적으로 (부담감이) 있는 상태에서 (검찰의) 방향성 설정을 느끼게 됐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에 맞춰서 말을 했다"며 "증언을 하고, 폭발력이 있어서 두렵고 떨리는데 여기서 말 한마디 하는 거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이 왔다 갔다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걸 이번에 생각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위원장에게 돈을 건넨 게 도의적 감정으로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의 동생이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봤기 때문에 인간적인 관계로 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회사 주식을 사서 큰 손실을 봤다. 이상호 전 위원장이 운영하던 양말공장이 있는데 주식 손실로 인해 직원 급여도 못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도의적인 책임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이 '피고인은 국회의원도 아니고 직책도 없는데 요구에 왜 응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거절을 사실 못한다. 자존심 때문에 오너고 하니까. 그걸 안 들어줬을 때는 이미지 문제도 있고, 저 때문에 손실을 봤다는데 섭섭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랬다"며 "그런 부탁이 오면 들어줬던 편"이라고 했다.

이상호 전 위원장은 투자 대가로 동생의 공장에서 1800여만원 상당의 양말을 김 전 회장에게 매입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양말 구매 역시 "공장에 일거리가 없어서 인간관계 때문에 했다"며 "인간적인 비중이 컸다"고 했다. 동생 계좌에 여러 차례에 걸쳐 5천6백만원을 입금한 것을 두고는 "청탁의 의미가 아니었다. 인간적인 관계가 더 컸다"며 미안한 마음에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된 자신의 증언으로 사회적 파문이 일어난 것을 보고 제대로 된 증언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주식 손실에 대한 해결책을 이 전 위원장이 요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위원장이 강한 어조로 해결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은 강한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전 회장은 "해결하라는 개념은 아니었다. 사투리로 냉정히 던지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말로 들렸었다"며 "(이 전 회장에게) 한동안은 씁쓸했던 마음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말투의 차이였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위원장 측과 접촉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검찰이 '구체적으로 이 전 위원장과 만나거나, 구치소에서 만나거나 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오다가다 본적은 있다. 협소한 공간이라 보긴 했는데, 대화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공개한 입장문에서도 "검사가 진술 대부분을 작성한 뒤 책임자에게 인터넷으로 공유하면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내용을 수정한 뒤 본인에게 인정시키는 식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며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했다. 아울러 야당 정치인에게도 로비했지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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