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진실 가리기도 전에 오해만"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첫 재판에서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기도 전에 정·관계에 로비하고 펀드 운용에 책임 있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해 고통 받고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구속 상태인 김 대표는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와 변호인을 통해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끼리 (범행) 가담 여부와 책임의 경중을 다투고 있고 이해관계가 완전히 상반된 상태"라며 "공개된 재판에서 진실이 가려지기도 전에 김 대표가 정·관계에 로비했고, 펀드 운영에 책임있는 것처럼 보도돼 고통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측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공범이나 그 변호인들이 김 대표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재판 자료를 언론에 유출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변호인은 "언론에 관련 자료가 유출되기도 했다"며 "형사소송법상 관련 사건 준비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자료가 유출되선 안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단편적인, 왜곡된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행위는 법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하지 않고 공판 준비에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은 "피고인은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툴 건 법정에서 변론을 통해 얘기할 것"이라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정계, 금융감독원 등에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방어권을 행사할 것이고 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할 예정이다"라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 내용이 언론 보도로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직접적인 공소사실과 관련 있는 부분은 전혀 드러나지 않아서 재판부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선입견이나 예단을 가질까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올해 6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2900여명의 투자자에게 1조 2000억원을 모으고, 이 돈을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펀드 손해를 막는 데 쓴 혐의로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거액 펀드 사기를 벌인 배경에 금융 당국과 정치권 로비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김 대표 등의 다음 재판은 30일 오후 2시로, 옵티머스를 조사한 금융 당국 직원과 이 사건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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