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항소심 본격화…'피신조서 신빙성'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에 편견을 가진 건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추측성 판단을 했다"며 원심 재판부를 비판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유 전 연구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8일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연구관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박채윤 씨의 특허소송 상고심 사건을 검토한 '사안 요약' 문건을 박모 당시 재판연구관에게 작성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문제의 문건은 임 전 차장을 거쳐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직 시절 검토한 파일을 변호사로 개업하며 들고 나온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절도), 대법원에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가 된 뒤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았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유 전 연구관의 제1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가 유 전 연구관과 대동한 변호인의 필기를 제한하는 등 위압적 태도를 보여 특신상태(증거능력을 신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이 조서에는 "박 전 연구관에게 사안 요약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핵심 진술이 담겼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은 원심 판결을 "추측성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공소사실의 주 근거가 담긴 유 전 연구관의 1회 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특히 문제 삼았다. 검찰은 "원심은 특신 상태를 지나치게 엄격히 바라봤다는 잘못이 있다"며 "유난히 사안 요약 문건 진술만 문제삼은 점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례상으로도 특신 상태 인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증거능력을 배척한 원심 판결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 재판부는 검찰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내지 편견이 우려될 정도로 추측성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 고위 법관 출신의 유 전 연구관이 변호사를 대동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점 △ 조서상 유 전 연구관이 '친절히 조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1회 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 등 사건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더라도 유 전 연구관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점이 입증된다고 봤다.
앞서 임 전 차장은 "곽 전 비서관에게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문제의 문건 파일은 유 전 연구관의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진술과, 송부한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을 저장하는 임 전 차장의 평소 습관 등을 근거로 유 전 연구관을 기소했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유 전 연구관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선 "제 USB가 압수된 뒤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팩트인 것처럼 보도한 기사를 보고 오해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임 전 차장이 기사만으로 팩트를 인식했다는 증언은 모순된다"며 기존 검찰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역시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절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서도 검찰은 "각 범죄 구성요건과 법리 해석에 따라 유죄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11월 12일 유 전 연구관의 항소심 공판을 속행한다. 다음 공판에선 공소사실과 검찰 항소에 대한 유 전 연구관 측의 의견 진술이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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