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자 이탈 제한한 국적법 '헌법불합치'

복수 국적을 가진 남성이 18세가 되는 3개월 내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한 국적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남윤호 기자

헌재 "기본권 침해 크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복수 국적을 가진 남성이 18세가 되는 3개월 내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한 국적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미국과 한국 복수국적을 가진 A씨가 국적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병역법상 18세가 되는 남성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 이에 따라 국적법은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병역 의무를 끝낼 때까지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심판을 청구한 A씨는 미국에서 미국 국적 아버지와 한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선천적으로 복수 국적을 갖게됐다. 한국에 출생신고도 안 된 상태다. 그는 자신은 국적선택에 필요한 절차나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불이익을 통지받지 못 해 적법절차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국적선택 기간을 제한하는 점도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적이탈 신고서를 낼 때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도록 한 국적법 시행규칙도 심판을 청구했다. 증명서를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먼저 해야하는 등 해외에 사는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지나치게 어렵게 해 역시 과잉금지 원칙을 어긴다는 시각이다.

헌재는 우선 시행규칙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관 7대2로 청구를 기각했다.

심판 대상인 국적법은 과잉금지원칙은 충족하지만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해외 근거지를 둔 복수국적자는 국적이탈 제도와 절차는 이해가 어렵다. 주무관청이 이런 처지에 놓인 복수국적자에게는 국적 선택기간에 탄력성을 줘 기본권을 덜 침해하게 할 수 있는데도 예외를 전혀 두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A씨처럼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출생신고도 안 됐다면 입국시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기도 어렵다. 국적법이 추구하는 공익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수국적을 가진 당사자는 취업이나 업무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법조항이 공익보다 사익의 침해가 커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 한다는 판단 근거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하지 않고 2022년 9월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도록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선애, 이미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복수국적자에게 이러한 예외를 두면 새로운 유형의 병역면탈을 만들어 징병제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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