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유지' 개정안에 법조계 "위헌적 법안" 반발

7일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세준 기자

민변·여성변회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헌재 결정에 어긋나"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법조계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성명에서 "(정부 개정안은) 사실상 낙태죄를 부활시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건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므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맞지 않으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은 임신, 출산에 따른 모든 불이익은 여성이 감당하게 하고, 낙태한 여성을 형사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생명을 보호한다고 자위했던 위선의 시대를 끝내라는 언명"이라며 "결정의 핵심을 임신 주수에 따라 형사 처벌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치다.

이어 "형사처벌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임신 주 수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불명확한 기준을 형사처벌 하는 조항은 위헌적"이라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개정안이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임세준 기자

여성에게 강간으로 임신한 사실, 사회적·경제적으로 양육할 수 없는 사실을 입증하게 해 사생활 비밀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도 비판했다.

미성년자에게 추가 동의 요건을 규정한 것도 문제 삼았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학대 등으로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공적 자료와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다.

민변은 "상담사실확인서는 상담을 강제하는 것이고, 공적자료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아동학대로 법정대리인을 신고할 것을 필요로 한다"면서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사생활을 침해하고 의료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절차를 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는 낙태 허용 기간의 마지노선을 22주로 보았으나 개정안이 14주로 기간을 단축시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여성변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오롯이 보호하지 못하고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으며 사실상 사문화된 낙태죄를 부활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22주로 확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태 사유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변회는 "낙태의 허용 예외요건을 확대해 임부들이 음성적인 고비용·고위험의 불법 낙태로 내몰려 건강과 생명에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는 인권적 측면을 떠나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 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세정 기자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도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며 정부 개정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 검사가 소속된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 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임신주수에 따라 낙태죄를 처벌해선 안 된다며 비범죄화를 권고한 바 있다.

서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적 측면을 떠나 주 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 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고 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이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15~24주 이내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건강상 문제, 사회적·경제적 문제 등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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