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소회 밝히기도…혐의는 모두 부인
[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김세정 기자]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관련자들이 첫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정당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자유한국당 관계자 27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간을 나눠 재판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는 나 전 원내대표와 이은재, 민경욱 전 의원 등 8명에 대한 재판이 먼저 열렸다. 이어 오후 2시에는 황 전 대표 등 9명이, 오후 4시에는 곽상도, 장제원 의원 등 10명이 출석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황 전 대표는 법정에서 총선 패배 소회를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으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하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약 5개월 만에 취재진 앞에 선 황 전 대표는 "불면의 시간을 보낸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모두진술 기회를 얻은 황 전 대표는 "저는 죄인이다. 국민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며 "총선 후 지난 5개월 불면의 밤과 회한의 나날을 보냈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총선에서 패배했고, 나라는 무너지고 약해졌다.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면서 "저는 실패했으나 야당을 외면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 폭주에 대응한 정당방위가 어떻게 불법이 되냐"며 "결과가 뻔히 보이는 악법을 어떻게 방치하냐. 그래서 우리가 저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 전 대표는 모든 책임이 당대표였던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저로 충분하다"며 "27명이 아닌 저만 벌하라. 정당의 대표는 책임지는 자다. 제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오전 재판에 출석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황 전 대표와 같은 주장을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은 다수 여당의 횡포와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라며 "헌법정신이 부인되는 시대에 제1야당이 가만있는 게 맞나 싶어 숙명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은 모두 제게 있다. 짐이 있다면 저의 짐이고, 감수할 것도 제 몫이라 생각한다"며 "동료 의원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 재판에 온 것은 참담하다"며 "국회선진화법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는 정치의 몫으로 남겨달라"고 했다.
곽상도, 장제원 의원 등 다른 피고인들도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검찰이 조사 없이 일괄 기소를 했다며 검찰에 유감을 표했다. 사태를 촉발시킨 '사보임' 행위가 불법 행위였다는 점도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영상 자료를 확인하고 압수수색 통해 확보한 방대한 영상자료를 꼼꼼히 분석하고, 면밀히 검토했다"며 "국민을 대변하는 의원들이 폭력 행위로 입법절차 관련된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했다. 그 광경이 전국에 생방송 돼 사회적 갈등이 야기됐다"고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을 밝히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범행에 직접 가담했고, 황교안 전 대표는 구호 제창이나 격려사로 피고인들의 행동을 독려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채이배 전 의원 감금사건'을 먼저 심리하기로 하고, 나 전 원내대표 등 감금사건과 관련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기일을 오는 11월 16일로 정했다. 감금사건과 관련 없는 황 전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 나머지 피고인에 대한 재판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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