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무죄는 '스폰서 검사' 면죄부"…검찰, 2심서 징역12년 구형

검찰이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김세정 기자

김학의 "주홍글씨 새긴 채 산다…조용히 인생 마무리하고 싶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김 전 차관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1심 구형랑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서 징역 12년에 벌금 7억원, 추징금 3억 3천여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단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원점 재검토를 했고,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의 향응 사건이고 공여자가 4명에 이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피고인이 장기간 다액의 금품을 수수해 온 사실이 명확히 확인됐으나 1심 법원은 안타깝게도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유·무죄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문제 됐던 사건"이라며 "1심 법원처럼 무죄 판단을 하면 검사와 스폰서 관계에 확정적 면죄부를 주고, 국민들도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이미 김 전 차관이 두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를 받았다며 사건 종결이 법의 상식에 맞다는 주장을 했다. 특히 제3자 뇌물수수죄나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는 검찰이 "소설처럼 공소사실을 지어낸 느낌"이라고 했다.

변호인은 "28년간 검사로서 국가에 봉직하다가 법무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피고인에게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불명예를 안겼다"며 "원본 확인도 안 되는 동영상으로 지난 7년간 온갖 비난을 받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차관에게 상품권 등 뇌물을 공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업가 최 모 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씨는 1·2심 모두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았다. 변호인은 "(최 씨의 항소심 증언은) 원심 증언과 명백히 대치되고, 번복한다"며 "최 씨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서 모순적이고, 납득할만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씨와 윤중천은 모두 김 전 차관과 오랜 친분이 있고, 친구 관계에서 향응을 제공한 것일 뿐, 이들 사이에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축은행 회장 김 모 씨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전혀 조사되지 않은 채 선입견과 추측에 의해 뇌물로 주장하고 있지만, 증거가 없다"고 했다.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김 전 차관은 "말을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질 것 같아서 적어왔다"며 주머니에서 종이를 조용히 꺼내 들었다. 김 전 차관은 "이유 여하 막론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생을 포기하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깊이 새긴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바람이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사회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가족들에게 봉사하면서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심려를 끼쳐 정말 송구스럽다"며 "한없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부디 공정하고 현명하신 판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김 전 차관은 이유 여하 막론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배정한 기자

김 전 차관은 지난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1억 3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원주 별장 등지에서 모두 13차례에 걸쳐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른 사업가 최 씨와 저축은행 회장 김 씨 등에게 2억 원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일부 뇌물 혐의에 대가성,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 판결했고, 성 접대를 포함한 나머지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로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구속된 지 6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김 전 차관의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28일 열린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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