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도박인데 이렇게 증거가 많냐"…'원정 도박' 양현석 첫 재판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9일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양 전 대표의 모습. /김세정 기자

재판부, 검사에 질문…양 전 대표 혐의 대부분 인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억대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방대한 증거에도 상습도박이 아닌 단순 도박 혐의로 기소된 것에 의문을 표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박수현 판사는 9일 도박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와 YG 자회사 YGX 공동대표 김모, 이모 씨 등 4명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양 전 대표 등은 2015~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지노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판돈 4억여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검찰은 이들을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 내용상 서면 심리만으로 판단하기 부적절하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의 증거 중 일부는 입증취지를 부인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가 아닌 단순 도박 혐의로 기소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단순도박 사건인데 증거가 이렇게 많으냐"며 "적용 법조가 상습 도박에서 단순 도박으로 변경된 것에 특별한 의견이 있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양 전 대표에게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상습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순도박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법상 도박죄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지만, 상습도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검찰은 "판례와 법리를 검토한 결과 상습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 역시 "이 정도의 증거가 있는 상태에서 단순도박으로 기소된 것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선고기일을 잡지 않고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첫 공판에서 피고인이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할 경우 2차 공판에선 변론을 종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양 전 대표 등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 28일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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