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선고…'닭갈비·타임라인'으로 반전될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심리가 마무리됐다. 재판부가 오는 11월 6일을 선고기일로 정해 지난해 3월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9개월 만에 결론이 나온다.
1심은 김경수 지사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첫 공판에서 선고까지 3개월 만에 끝났다. 2심은 7배가 더 걸린 셈이다. 새로운 쟁점의 등장과 거듭된 선고 연기,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로 재판이 장기화됐다.
김 지사 항소심 첫 심리는 지난해 3월 19일 시작됐다.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첫 공판에서 보석 심문을 진행한 결과 수감 77일 만인 4월 17일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법정에 섰다.
항소심은 출발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배당되자마자 재판장인 차문호 부장판사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차 부장판사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사촌 차성안 판사를 양승태 대법원의 지시로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징계를 받지도 기소되지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의심을 풀지 않았다. '오비이락'인지 김 지사를 법정구속한 1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인물이었다. 이에 재판장이 첫 공판부터 "이 재판을 맡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기피신청을 하려면 얼마든지 하라"고 심경을 밝히는 낯선 모습을 보였다.
차문호 재판부는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신중을 거듭하다가 선고를 두차례나 미뤘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24일을 선고기일로 정했다가 돌연 이듬해 1월 21일로 한달 미뤘다. 이 선고도 하루 전 연기하고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다. '김 지사가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봤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를 했는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형사재판에서 재판부가 잠정결론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된 점도 재판 장기화를 불렀다. 차문호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민사16부로 발령나는 등 재판부 3명 중 2명이 교체됐다. 함상훈 부장판사와 하태한 판사가 새롭게 형사2부에 합류해 사건을 맡게 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법원이 임시 휴정에 들어가며 기일은 다시 미뤄졌고 3월 24일에서야 재개됐다. 변경된 재판부는 사건을 처음부터 파악해보겠다며 특검과 김 지사 측에 프레젠테이션(PT)을 요청해 듣기도 했다.
새로운 쟁점도 등장했다. 1심에서 최악의 결과에 부딪힌 김 지사 측은 지난해 7월 공판에서 수행비서 김 모 씨의 구글 타임라인을 반격 카드로 꺼냈다. 2016년 11월9일 드루킹 김동원 씨가 이끄는 파주 경제적진공화모임(경공모) 방문 당시 드루킹 측이 개발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지 않았다는 김 지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였다. 이 타임라인에 따르면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나오지 않는다. 김 지사가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는 게 특검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특히 재판부 교체 후 증인으로 나온 '닭갈비 사장님'의 증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법정에 나온 닭갈비집 사장 A씨는 "(드루킹 사람들이) 닭갈비를 포장해 간 것이 맞다"고 증언해 김 지사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특검은 드루킹 등이 사무실 근처 닭갈비 식당에서 식사한 후에 김 지사가 도착해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김 지사 측은 포장해온 닭갈비를 함께 먹고 경공모 활동을 소개한 브리핑을 들은 뒤 헤어졌다는 입장이었다.
반전의 기회를 맞은 김 지사 측은 드루킹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댓글도 작업했다는 '역작업'과 특검 수사보고서 조작 의혹 등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김 지사 측의 반격이 항소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교체 전 재판부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는 잠정 결론을 이미 내린데다 특검이 공범으로 적시한 드루킹 김동원 씨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김동원 씨의 1·2심 재판부는 김 지사와의 공모를 인정한 바 있다. 다만 대법원은 김동원 씨의 형을 확정했지만 김 지사와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상고 이유로 주장된 바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도 재판장이 직접 김 지사에게 "피고인과 김동원 사이의 메신저를 보면 김동원이 '처리한다'고 하고, 피고인은 '고맙습니다' 이런 흔적이 나왔다"며 "오고간 디지털 자료가 피고한테 불리한 게 꽤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있는 그대로 다 밝히고 성실하게 임했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1심에서 유죄 인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큰 반전이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지사는 김동원 씨의 측근인 도 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 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김 지사 측은 도 변호사 인사 추천을 놓고 "일본 유명대학 학위를 받는 등 훌륭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추천했다. 오사카 총영사 추천이 잘 안 돼 센다이 총영사 의사 확인해줬는데 싫다고 했다"며 "추천 희망 여부를 물어본 것은 이익제공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3일 공판에서 재판장이 인사 추천 경위에 대해 묻자 "일본 영사관에 (도 변호사의) 이 정도 경력이면 많지 않은가 싶었다. 그래서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 확인해서 전달해줬다"며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지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에 징역 3년6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6월을 각각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11월 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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