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 신상 공개된 대학생 사망…"억울하다"

5일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신상 공개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전화 해킹 해명…사이트 운영자 "굴하지 않겠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대학생 A씨가 숨졌다. A씨는 디지털교도소에 자신이 "지인을 능욕하기 위한 음란물을 공유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뒤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5일 A씨가 다니는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구체적 사인을 수사 중이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A씨를 '지인능욕범'으로 지목해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등 신상을 공개했다. A씨가 지인에 대한 음란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며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 등도 올렸다.

A씨는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신상은 자신이 맞지만,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글에서 A씨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 있다",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 있다"며 해킹 가능성을 언급했다.

5일 오후 1시 기준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엔 A씨가 생전 운영자들에 해명한 것으로 보이는 글이 게재돼 있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A씨는 이후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와 온라인상에서 공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는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한 글 일부도 올라와 있다.

A씨의 사망 이후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자신을 A씨의 동기로 소개한 익명의 학생이 "A 관련 문제의 디지털교도소 박제 글을 보고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이 글을 쓴다"며 구체적 상황을 전했다.

이 학생은 "(디지털교도소의 신상 공개 뒤) A는 온갖 악성 댓글과 협박 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A씨가) 7월에 한 번 쓰러졌었다. 그리고 8월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복학하기로 마음 먹고 서울로 올라온 다음날, 어제(3일)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5일 오후 12시40분 기준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에는 "고파스의 악플 테러로 인해 잠시 댓글을 막겠습니다. 디지털교도소는 절대 굴하지 않습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들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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