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 청문회…"국보법 위반 전력 우려 알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는 2일 "사회적 약자의 삶을 경험한 법관으로서 약자의 정당한 이익을 수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87년 6월 항쟁 후 우리 사회의 각 부분에서 민주화가 진행될 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법관의 길을 선택해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임관 당시에는 이미 사회적 약자의 삶을 다양하게 경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일하는 공장에서 잠시 일하며 노동의 고단함과 가치를 몸으로 느꼈고, 구속돼 강압적 수사를 받으며 조사자와 피조사자 인격이 극단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수사기록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뿐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달았다. 수감 생활 중 탄원서나 항소 이유서를 대신 써주며 피고인의 힘겨운 삶을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재학 시절인 198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형을 선고 받은 그는 2년 뒤 특별사면돼 대학에 재입학 했다. 1993년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첫 법관 생활을 시작해 23년간 부산, 경남 등에서 지역 법관으로 근무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그는 "제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저는 이러한 경험으로 오히려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의 삶과 사회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돼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됐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이라는 전력도 언급했다. 우리법연구회는 진보 성향 법관들의 연구 모임으로 평가 받았다. 이 후보자는 "제가 아는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의 독립과 바람직한 재판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우리법연구회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며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고 한기택 부장판사의 말을 인용했다. 이 후보자는 "고 한기택 부장판사는 '목숨을 걸고 재판한다. 다른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진정한 판사의 삶이 시작된다'는 말로 법관의 자세를 일깨줘 줬다"며 "법관으로 다양한 재판을 담당하면서 그분의 말씀대로 공정하고 정성을 다하는 재판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의 힘과 권위는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제가 대법관 직을 맡게 된다면,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보장이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임을 명심하며 법과 양심에 따른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에만 마음을 쏟겠다.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이익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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