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판결이라 볼 수 없어" 반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이사장이 "청와대 하명대로 판결했다"며 반발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최한돈)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고 전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볼 수 없다"며 "청와대 하명대로 (판결을) 한 것'이라고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 대리인이 나와서 빨리 재판을 마쳐달라고 하니까 보지도 않고 결심을 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려고 생각했으나 자기네들이 압력에 굴복할 사람인 줄 아느냐며 자신 있게 이야기해서 기피 신청을 안 했는데 저렇게 연기를 잘한다"고 반발했다.

선고 전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을 냈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피해자(문 대통령)로부터 어떠한 압력을 받은 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 전 이사장은 즉각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법원은 문재인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구성돼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엄청 넓게 이해해주고 있다"고 했다.

고 전 이사장 측 변호인도 "현재 대법원 판례와도 상반된 판례를 내놓은 것이라 그 자체로 부당해서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이번 사건으로) 부림사건이 불법 장기구금으로 위법하다는 점만 드러났을 뿐"이라고 부림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고 전 이사장은 "2차 재심 판결은 '변호인' 영화가 선풍을 불면서 판사들 마음을 움직여 무죄로 된 것"이라며 "무죄 이유도 구속 기간이 장기화됐다는 이유라 사건 실체 여부랑 상관없다. 내가 수사검사인데 모르겠냐"고 물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게 문 대통령이다. 방어적 민주주의를 거꾸로 적용한다. 뜻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보수단체 행사인 '애국시민 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지낸 문 대통령을 놓고 "공산주의자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2년이 지난 2017년 9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 전 이사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1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공산주의자'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 대통령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오늘 판결은 명예훼손의 법리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소추권자의 의견을 재판부께서 받아들여 주신 것 같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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