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불쾌…영상 사과문 게재하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의대생들이 벌인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두고 청각장애인들이 수어 비하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집단으로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진정 대상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다. 총 16명의 농인이 진정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장애벽허물기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덕분에 챌린지'를 희화화한 것인데 존중이라는 수어를 손으로 누르는 모양이다. 수어를 사랑하는 농인으로서,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으로서 불쾌하고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2일 학생들은 사과문을 공지했으나 사후 재발 방지의 약속이 없기 때문에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며 "나아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경우 항의에도 불구하고 관련 게시물을 그대로 두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과의 대상이 농인인 만큼 의대협 측에 수어 통역이 반영된 영상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차별진정에 참여한 농인 김여수 씨는 "지난주 의대생들이 '존경하다'라는 수어를 뒤집어 챌린지를 한다는 것을 보게 됐고, 순간 화가 치밀었다. 수어를 사랑하는 농인으로서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김 씨는 "의사들은 일반인과 다르다. 농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며 "챌린지를 보면서 사회적 약자를 이해하기는커녕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잠을 못 잤다"고 밝혔다.
농인 유정아 씨는 "수어는 농인들의 국어다. 이런 수어를 망가뜨린 것 자체가 화가 난다"며 "의과 대학생들은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들은 미래의 의료인"이라며 "의료현장에서 장애인을 만나고 사회소외층을 만날 것이다. 그때 가서 지금처럼 사회적 약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과 공무원·구급대원 등에 감사와 마음을 전하는 캠페인이다. '존경한다'는 의미의 수어 동작(오른손 엄지를 위로 세우고 왼손으로 받친 모양)을 사용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은 이를 비꼰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였다. 엄지를 치켜드는 대신 아래로 내린 손 모양을 사용했다.
이에 장애인 비하 등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의대협은 지난 22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손 모양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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