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제조 중 연기 흡입한 마약사범, 투약 혐의도 유죄

대법원(사진)이 마약을 만들면서 연기를 흡입한 행위도 투약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새롬 기자

"미필적으로나마 흡입 용인"…징역10년 확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법원이 마약을 만들면서 연기를 흡입한 행위도 투약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제조해 소지하고 이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서울의 한 숙박업소에서 3285.8g 가량의 필로폰을 영리 목적으로 제조해 소지하고 이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소지한 필로폰은 1억6000만 원 상당이다.

1심 재판에서 A씨 측은 필로폰을 제조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투약한 사실은 없다며 투약 혐의는 부인했다. A씨는 체포 당일 받은 모발 및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는데, 이는 약물 제조 중 발생한 연기를 흡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단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를 간접 흡입했다고 해서 완성된 필로폰을 의도적으로 투약하는 경우와 같은 성분이 체내에 흡수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사에 따르면 A씨의 모발 감정 결과 모슨에서 약 12cm까지 떨어진 모발 전부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는데, 간접 흡연에 따른 양성반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1심은 A씨의 마약 제조와 투약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A씨는 "필로폰 제조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한 것일 뿐 투약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환기가 가능한 숙박업소 객실에서 투약 의도가 없이 수증기를 간접 흡연한 것만으로도, 의도적으로 투약한 만큼의 성분이 체내에 흡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접 투약하지 않았어도 연기를 흡입한 상황을 용인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판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투약 혐의를 인정하는 한편 A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그가 제조해 소지한 필로폰이 실제로 유통되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형량 감경에도 A씨는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대법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 역시 "원심이 투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한편 대법은 A씨와 함께 필로폰을 제조하고, 또 다른 마약물인 엑스터시를 2억3000만 원 상당 수입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B씨에 대해서도 징역 13년형을 확정했다. B씨에게 엑스터시를 받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대만인 C씨는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B씨에게 마약을 건네 받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D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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