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그는 대중을 호도한다. 여야 정치권은 그를 이용하지 말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명(明)나라 초기 환관으로, 문장이 뛰어났던 유약우(劉若愚)는 저서 약중지(酌中志)에서 불교를 배척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당시 일부 불교승들이 백성을 꾀고 기만해 호의호식하는 일이 빈발하자 이들을 비난한다.여기서 혹세무민(惑世誣民)이 처음 등장한다.
혹(惑)은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여 어지럽힌다는 뜻이다.무(誣)는 없는 사실을 가지고 속이거나 깔본다는 의미다. 그릇된 이론이나 믿음을 이용해 사람들을 속이고,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모습을 가리킨다. 주로 사이비(似而非)또는 이단(異端)의 종교 교주나 그릇된 주장을 내세우는 학자와 정치가들이 주 대상이다.
요즘들어 진영논리가 보다 확연해진 정치판에서 상대를 깎아내리는데도 많이 쓰인다. 서로 툭하면 혹세무민이란다. 정치권에서는 주장에 가깝지만 지난 봄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이 실체에 근접했다. 기독교계에서도 이단이라고 했다. 방역 과정에서 적지않은 사회적 문제가 노정됐지만 확인됐다. 그래도 종교적 측면의 혹세무민 수준도 크게 넘어서지 않았다.
반면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전후해 2차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된 전광훈목사로 대표되는 서울의 사랑제일교회는 신천지를 훨씬 넘어 선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방역 측면에서만 봐도 그렇다.
서울시와 방역당국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한국기독교총연합 대표회장이기도 한 전광훈 목사를 자가격리 위반과 사랑제일교회 신도 명단을 불성실하게 제출해 방역 혼란을 초래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조치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가격리 대상으로 통보를 받고도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 수도 18일 오전 기준 438명으로 늘었다. 뿐만 아니다. 그는 개신교 목사라기보다는 극우 정치꾼으로 악명이 높다.
교회측이 밝힌바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여년간 자칭 애국집회 혹은 정치집회를 2300여회나 이끌었다고 한다. 보수 개신교인들조차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는 ‘관심 종자’로 폄훼한다.I그는 전도사 때인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소규모 개척교회인 사랑제일교회를 세웠다.
2014년엔 대한예수교장로회 한 교단의 총회장이 돼 다른 교단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내분을 빚고, 해당 교단에서 제명됐다. 전 목사 측은 자신을 제명한 교단의 허위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도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분수대 앞 집회에서 ‘향후 10년 대한민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나는 하나님 보좌(寶座)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해 교계에서 비난을 샀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생각은 혹세무민의 전형이다. 지난 2월 23일 광화문 집회 때는 "이 전염병은 야외에서는 전염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 왜곡하는 등 근거없이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다. 이번 청원만 봐도 국민들이 갖는 그에 대한 생각은 잘 드러난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민폐 재수감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참여 인원이 이날 현재 25만명을 훨씬 넘는다. 더욱 황당한 건 코로나19와 북한의 연관설이다. 교회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유를 ‘북한테러'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북한 언론에서 '전광훈을 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고 근거도 없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들의 접촉자 명단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일반국민이 접촉자 교인 명단에 뜬금없이 올라있었다.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그는 한국교회연합운동에 대한 몰역사적 인식과 거짓된 통계를 기반으로 대중을 호도한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의 가치에 기초해야 하는데 그의 주장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스캔들"이라고 까지 비판했다.
이같은 ‘전광훈 현상’을 여야 정치권은 종교를 정권의 쟁취와 유지를 위해 냉전적 파당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물론 전목사는 종교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20조를 보면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있다.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했다.
헌법에 분명하게 종교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으나 그 자유를 정당하게 누리려면 종교단체의 건강성, 사회성, 종교성의 문제가 없을 때이다. ‘종교가 치외법권지대’ 는 아니다. 현행법을 위반하고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른다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유럽, 이슬람 국가들도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종교의 억압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제로 닫게 하는 점에서 비교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종교 행사 금지 조치가 헌법에 합치된다는 판결까지 나왔다.미국은 주정부 별로 현장예배 재개와 관련해 ‘종교의 자유’를 촉구하는 교회와 ‘공공의 보건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주 정부, 보건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있지만 사랑제일교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의 헌법재판소도 특별한 경우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의 침해를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복리를 위한 부득이한 경우와 비례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즉 침해되는 권리보다 지키려는 공익이 클 때를 말한다.
종교의 자유와 공익 가치의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목사는 여기에 해당 되는 게 없다. 형사적으로 처벌받아야 사안들만 차고 넘친다.그렇다면 결론은 뭐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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