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을 줄 알았다…법무부·청와대도 야속"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정자였던 때 '고언'을 메일로 보낸 적 있다며 그 전문을 공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7월 12일,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당시 메일에서 "위로 계속 오르다 보면 저 아래 비명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저는 지금까지 그랬듯, 이제는 총장이 된 검사장님을 향해 목청 높여 쓴 소리를 할 각오다. 이것에 제가 검찰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굳게 믿는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청문회에서도 말이 나왔고, 내부에서 검사장님에 대해 우려하는 건 특수통 전성시대가 더 확고히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우병우 라인이 대윤 라인이고, 대윤 라인이 소윤 라인인 건 공지의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 부장검사는 "몇몇 검사들이 약간 솎아지긴 했지만, 정치 검사들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 나갈 거라는 걸 검찰 내부에서는 모두 알고 있다"며 "잘 나가는 간부들은 대개 정치 검사라 다 솎아내면 남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게 검찰의 현실이지만, 너무도 도드라진 자들에게는 그래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정치 검사'로 적시한 이는 조상철 수원고검 검사장, 김기동 변호사(전 검사장),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 신자용 부산지검동부지청장 등이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를 헛되이 날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간부들이 대개 그 모양이라 다 버리라고는 차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너무도 도드라졌던 정치 검사들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고언을 공개하며 임 부장검사는 "제 고언을 안 들을 줄 알았습니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여서 슬펐지요. 인사 참사를 거듭하는 법무부와 청와대가 얼마나 야속하던지요"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최근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검사장이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에도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2013년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속칭 '검사 블랙리스트'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명단에 올라 지독히 탄압받았고,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를 직무상 담당했을 한 검사장 등에 대해 지금도 문제제기하고 있는 피해자로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한 검사장의 문제제기가 정당한지는 별론으로, 한 검사장 역시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뒤늦게나마 고민하게 된 것은 같은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매우 반갑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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