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 사실 유출 의혹 공방…여야 합의 '적격 판정'
[더팩트ㅣ장우성·김세정 기자] 20일 국회에서 열린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야가 적격 의견을 모아 마무리됐지만 사실상 '박원순 청문회'였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는 여야 모두 김창룡 후보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수사를 놓고 질의를 이어갔다.
특히 경찰이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수사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김 후보자는 시종일관 '공소권 없음' 처리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지켰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경찰은 수사 등 모든 법 집행 활동을 엄격히 법과 규정에 따라 해야 한다"며 "피고소인(박 전 시장)이 사망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한 수사 개시에도 부정적이었다. 김 후보자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경찰이 피고소인이 없는 사건을 수사한다더라도 최종적으로 경찰의 수사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법 규정 자체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지시하더라도 수사는 불가하다고 할 정도로 김 후보자의 의견은 변함 없었다.
김 후보자는 "만약 문 대통령이 공소권 없음 상관없이 수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의에 "경찰은 법 규정 내에서 수사한다"고 잘라 말했다.
서 의원이 "대통령이 지시해도 못 하나"라고 거듭 따졌지만 "네"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놓고는 경찰 단계에서 새어나간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출이 확인된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단언했다.
김 후보자는 "만약 경찰에서 (박 시장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이) 유출됐다면 경찰청장이 직을 걸고 책임져야 한다"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가정을 전제해 답변하기 어려우나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겠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의 해명에도 여전히 피소 유출 의혹을 해소하지는 못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8일 오후 2시30분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담당팀에 전화를 걸어 "서울시 고위 인사가 관계된 주요 사건이니 서울경찰청이 조사해달라"고 고소 의사를 밝힌 사실이 공개됐다.
이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시냐"고 성추행 의혹을 처음 거론하기 1시간 전의 일이다.
임순영 특보가 박 시장을 만난 시각(오후 3시 30분)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 측 변호인에 전화를 걸어 "정말 고소장을 낼 것이냐"고 확인했고, 고소장은 1시간 뒤에 접수됐다.
이를 질의한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은 "경찰 내부 논의 끝에 (피해자 측에) 고소장 접수 의사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며 "경찰과 서울시의 파악 상황이 거의 일치한다. 경찰에서 (성추행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2차 가해와 서울시 간부의 박 시장 성추행 방임 혐의 수사는 "필요한 수사는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진행할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이 실종된 9일 SNS 상에서 유포된 피해자 고소장 형태의 '지라시'를 놓고는 현재 수사 중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다만 서울시 고위간부들의 박 시장 성추행 방임 의혹 수사는 법리적으로 고심하는 상황임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방임 혐의로 박 시장 휴대전화 통신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충분히 검토 가능하지만 정범이 존재하지 않는데 방조범을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지 법리적 의견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 사망 정황에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애초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 포착된 것은 9일 오전 10시53분 북한산 와룡공원 CCTV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 시장이 오전 11시10분 성곽 주변 CCTV에 다시한번 찍힌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후보자 개인 신상과 도덕성에 큰 결함이 없고 자질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며 사실상 후보자 적격 의견을 담았다.
다만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재인 대통령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함께 근무한 경험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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