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정할 만한 합당한 처벌 가능해지면 디지털교도소 폐쇄할 수도"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최근 ‘디지털교도소’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온라인 공간에 성범죄·아동학대·살인 등을 저지른 강력 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30년 동안 공개하는 사이트이다. 20일 기준 140여명의 범죄자들이 디지털교도소에 갇혀 있는 상태다.
지난 6월 디지털교도소가 나타난 배경에는 현행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자리하고 있다. 강력 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들 중 상당수가 디지털교도소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적 호응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최근 경찰은 ´사적 처벌´ 논란과 타인의 신상 정보를 불법 공개한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어렵사리 섭외하긴 했으나, 워낙 베일에 꽁꽁 싸여 있는 터라 확인 절차도 신중히 진행했다. 실제 운영자임을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수감될 범죄자의 정보를 요청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운영자가 예고한 범죄자가 디지털교도소에 수감됐다.
<더팩트>는 3개 언론사(뉴스1,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와 함께 공동취재단을 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지난 16일 만났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자신을 ‘박 소장’으로 소개했다.
◆다음은 박 소장과의 일문일답.
-디지털교도소는 어떻게 운영되나.
운영진은 조력자를 포함해 두 명 정도다. 또 배심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인원이 50여명 있다
-운영진을 선발하는 기준은 있나.
범죄자 신상을 함께 알아보거나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는 과정을 거쳐 범죄자들 검거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이다
-운영진 중 전·현직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있나.
말해 줄 수 없다.
-수감자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함정 수사 건들을 제외하고,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회의를 연 뒤 수감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 만나지는 않고 모두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를 운영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
사촌동생이 n번방 피해자다. 많은 사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다. 실제 피해자는 숨어 다니거나 이름을 바꾼다. 심지어 이사도 한다.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범죄자 인권을 챙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법부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매우 미약하다. 범죄자들이 두려워하는 신상 공개를 통해 재범의 위험성을 막고자 한다
-수감 전 범죄자의 검거 방식은.
딥 웹(일반적인 검색 엔진으로 찾을 수 없는 웹)’에서 성매매 알선 등을 주도하는 자의 아이디를 탈취한다. 이후 ‘성 착취물이 있냐’고 접근해 오는 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수감 여부를 결정한다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여론’이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의 처벌 등과 관련, 법원이 내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예측했다. (국민들은) 사법부의 말도 되지 않는 판결에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이 많다. 어쩌면 호응도 당연하다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수감자들이 운영자에 직접 접촉을 한다고 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조작하기 위해 접촉한다. 협박도 한다. 또 돈을 주겠다며 협상을 시도하는 자들도 있다. 당연히 거절했다. 가해자 부모에게서 연락이 온 적도 있다
-범죄자 신상 공개와 관련한 검증 절차가 궁금하다.
잘못된 신상 공개는 없다. 최근 논란이 된 자도 있지만 피해자 증언 등 여러 방식으로 범죄 사실을 확인한 뒤 재수감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입장이 따로 있나.
경찰 수사는 당연하다. 고소 건이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하는 게 맞다. ‘반대 여론’을 의식해 수사를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다.
-경찰 수사로 검거 가능성도 있다.
처음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혐의를 감안하고 있었다. 다만, 처음부터 수감을 목표로 정해 둔 범죄자들이 몇몇 있다. 이들을 찾기 전까지 경찰에 검거돼 조사받을 생각은 없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범죄자를 모두 디지털교도소에 가뒀을 때 ‘자진 출두’할 의향이 있나.
그렇다. 사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와 별개로 디지털교도소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면 운영권을 내려놓을 생각이다.
-사법부 불신을 불식할 만한 법적 체계가 정립된다면 ‘디지털교도소 폐쇄’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판례를 토대로 형평성을 따져 판결을 내리는 현 사법 결과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자가 누구나 인정할만한 합당한 처벌을 받는 시점이 온다면 폐쇄할 수 있다.
-일각에선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며 자경단을 자처한 송모(25·대화명 ‘미희’)씨를 언급하며 디지털교도소 운영진 중 ‘공범’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성착취를 거래하는 텔레그램방을 없애는 이른바 ‘방 폭파’를 위해 주홍글씨에 잠입한 일부 운영진은 있다. 운영진 모두 성 착취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 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당분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