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이명희 집유…"사회 구성원 살아가는 모습 봐야"

14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씨가 폭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사건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는 이씨의 모습. /이새롬 기자

징역2년·집행유예3년…"죄질 나쁘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법원이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을 상습 폭행한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갈 모습을 공감하고 성찰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김선희·임정엽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는 이씨의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2년·집행유예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 중인 기사를 폭행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대기업 회장의 배우자라는 지위의 피고인이 부당한 폭력 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지위의 피해자들에게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다 인정했고 피해자들 역시 모두 합의해 더 이상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 사건 폭력 행위 대부분 순간적 분노 표출이었을 뿐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며 "만 70세인 피고인의 나이와 환경, 가족관계와 수사 경위 등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살아갈 모습을 공감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의 주장을 대부분 배척했다. 앞서 변호인은 이씨의 행위는 우발적이었기 때문에 형법상 폭행이나 상해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오랜 기간 폭력 행위를 저지른 점, 폭력을 행사하는 방법 역시 주변 물건을 집어 던지는 유사성이 보여진다"며 "자신에게 쉽게 이의하기 어려운 상대에 대한 폭력 행위가 수년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우발적 행위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에게 던진 밀대나 화분, 모종삽의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살상력, 파괴력이 없더라도 해당 도구를 맞았을 때 사람의 신체에 해를 가할 물건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씨가 던진 물건에 맞아 생긴 상해라는 증명이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이사장이 던진 물건에 맞은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가 평소 앓고 있던 지병에 따른 상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김선희·임정엽 부장판사)는 14일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는 이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새롬 기자

지난 2018년 4월 이 전 이사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이 인천 하얏트호텔 증축공사 현장에서 직원에게 서류를 집어 던지고 등을 밀치는 영상이 공개되며 경찰은 수사에 착수됐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화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2~2018년 24차례에 걸쳐 자택 관리소장을 폭행한 혐의를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도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1년6월·집행유예3년형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6월·집행유예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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