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68세에 구형 35년…박근혜 내일 파기환송심 선고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직권남용·뇌물 판단 관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일(10일) 오후로 다가왔다. 대법원 판시대로 뇌물액을 분리해 선고한다면 형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엄격해진 직권남용죄 적용 기준에 따라 해당 혐의는 유·무죄 판단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4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연다.

지난 5월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달라"며 뇌물 혐의 관련 징역 25년 및 벌금 300억원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도 징역 10년과 추징금 33억원을 구형했다.

총 구형량은 35년에 이른다. 항소심에서 선고된 징역 32년보다 3년 많은 형량이다.

◆뇌물 분리 선고·특활비 파기환송으로 액수 늘어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도 징역 32년,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분리해 선고해야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대통령 재임 중 저지른 범죄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공직선거법 제18조 3항은 대통령이 재임 중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를 저질렀을 때 모든 범죄를 분리해 선고해야한다고 규정한다. 원심은 공직선거법이 아닌 여러 범죄 혐의를 동시에 저지른 피고인에게 하나의 판결을 선고해야한다는 형법 조항(35조)을 따랐기 때문에 '법리오해'가 있었다는 취지다.

박 전 대통령이 받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는 크게 △롯데그룹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SK그룹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삼성 정유라 Tl 승마지원 △삼성 영재센터 후원 등이다. 형법 조항에 따라 여러 개 혐의를 모두 합한 '경합범'의 경우 가장 중한 죄를 기준으로 형을 정한다. 반면 대법원 판시에 따라 이 혐의들을 각각 판단해 형량을 합치면 처벌이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국정원 특활비 2억원 수수 혐의 역시 뇌물로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원심에서 27억원만 인정한 국고손실죄도 34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서울고법은 같은 해 8월 파기환송된 사건과 합쳐 심리한 뒤 선고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탄 채 나오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 엄격해진 '직권남용죄',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할까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심리했던 직권남용죄 역시 쟁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기업 인사권에 개입하거나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돈을 모금하도록 한 혐의 등 11개의 직권남용·강요죄를 받았다. 하급심은 이 중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실장 3명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 일부 직권남용죄만을 유죄로 봤다.

지난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직권남용죄 적용 범위를 좁혔다. 직무 권한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해야한다는 성립 요건 중 '의무없는 일'을 자세히 판단해야한다는 취지다.

당시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명단을 보내도록 하거나, 공모사업 진행 중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를 직권남용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봤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은 상관의 지시대로 임무를 수행할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를 '의무없는 일'로 단정할 수 있을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은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과도 겹치는 혐의다.

실제로 하급심 재판부는 이 판례와 유사한 근거로 직권남용 사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지난 2월 "피고인의 행위는 위헌적이고,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담당 실무관에게 관련 직무를 집행하게 한 행위는 판사 결정 내용에 따른 후속 절차 및 직무 집행을 담당하는 실무관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판부 역시 지난 1월 직권남용 혐의를 다시 심리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행적을 조작한 보고서 작성 혐의 등을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되는 항소심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3년 째 '재판 보이콧'…이번 주 선고도 불출석할 듯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이후 3년 가까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주 선고기일에도 불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한 중견 변호사는 "피고인 출석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도 있는데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 보이콧' 사례는 드문 일"이라고 평했다.

형사소송법 제276조는 형사재판 공판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때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공판을 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률 227조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이 강제로 데려올 수 없을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피고인이 불출석했을 때 재판 개정을 제한한 이유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다. 피고인 의사로 출석하지 않는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자신의 직무에 관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공개 재판에서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재판 보이콧이 위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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