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동학원 비리' 조국 동생도 같은 이유로 선고 연기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검찰에 "피고인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거인멸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특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공동정범이라면 형법상 증거인멸죄로 처벌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18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임정엽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증거위조 교사 공소사실에 조 전 장관이 공범으로 추가됐는데 조 전 장관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떤 지시해 허위 보고서를 만들게 교사했는지 기재가 불분명하다"며 "(공소장이) 교사범 구조로 써 있지 않다. 조 전 장관이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함께 범행을 결의하고,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실현하는 것으로 공범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계자들을 시켜 허위 해명자료를 만들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월 검찰은 이 혐의에 조 전 장관이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4일 공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과 피고인만이 코링크PE의 2019년 8월16일자 첫 보고서를 받아본 다음, 코링크PE에 수정할 사항을 지시했다.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첫번째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증거위조 범행에 조 전 장관이 깊이 개입했음을 강조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청문회 준비단 내 사모펀드 의혹 담당자에게 전달된 보고서는 2019년 8월21일 작성된 '2차' 보고서로, 정 교수 부부가 일부 내용을 위조하도록 지시한 사항이 반영됐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증거위조 개입 의혹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에 무거운 과업이 됐다. 재판부는 인사청문회 준비단도 모를 정도로 배우자인 정 교수와 보고서를 받아 보고 위조에 가담했다면, 증거위조를 '교사'한 게 아니라 '주도'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했을 때 성립된다. 본인이나 친족이 저지른 죄를 덮으려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한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다. 죄를 저지른 당사자나 그 가족은 잘못을 덮을 수밖에 없다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 교수 부부가 사모펀드 의혹이라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주도적으로 위조했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 씨의 선고 역시 유사한 이유로 미뤄진 바 있다. 지난달 27일 조씨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공소사실상) 증거인멸 정범들의 서류를 옮기고 파쇄하는 과정에 피고인이 같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정범의 법정 증언 등에 따르면 그러한 사정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을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봐야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선고를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청문회 준비단에서 신상팀장을 맡았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전날(17일)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검찰 수사에서 이미 모두 소명했고 긴급 회의가 잡혀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재판부는 이같은 김 비서관의 불출석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8월27일로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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