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배구조 손본다…법무부,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재벌개혁' 본격 시동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법무부가 소수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상법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10일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상법 개정안을 11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및 해임 규정 개정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배당기준일 관련 규정 개선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개선 등이다.

특히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를 다하지 않아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키면, 모회사의 주주가 해당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제도의 도입이 주목된다.

현행법에선 자회사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해당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없었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이날 서울고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존의 일감 몰아주기, 불법승계 같은 걸 규제하는 수단이 없었다. 이 부분을 보완하고자 만든 제도가 다중대표소송제도"라고 설명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대표적인 '재벌개혁' 법안 중 하나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행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후 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규정해 대주주와 가까운 이사만 감사위원 후보자로 선임되는 문제가 지적돼왔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을 선정할 때 최대 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산해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일원화한 내용도 포함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해임 시 현행법에선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최대 주주와 나머지 주주, 2조 원 이상 상장사와 나머지 상장사를 이원화했다. 이러한 구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해석상 혼란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부는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로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과 감사위원 선임 시 운영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총회에서 전자 투표를 활용해 감사 등을 선임하는 경우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완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을 더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감사를 쉽게 선입하고, 감사 부재로 인한 감시 공백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총회가 3월 말에 집중되는 현상도 개선된다. 현행 상법 일부 규정은 배당기준일과 영업연도 말이 같은 경우를 전제하고 있어 주주총회가 3월에 몰린다. 해당 규정을 삭제해 12월 결산사가 3월 말 이후에도 주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고, 기업 배당 실무의 혼란을 해소한다.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에서 일반규정으로 부여된 권리와 상장회사 특례규정에 의한 권리를 선택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상법은 일반 규정으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규정했지만 상장회사 특례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해 특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만 소수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따라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지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했지만, 6개월 보유 기간을 갖추지 못한 상장회사 주주의 행사 여부에 해석상 논란이 계속된 바 있다.

법무부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경제 실현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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