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심의위 회부 결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과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권을 견제하고,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 처음 도입했다.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면 검찰시민위원회 위원장이 고등검찰청 산하 검찰청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15명을 뽑아 부위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 이후 해당 안건이 심의 대상인지 논의한다. 이어 부의심의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한다.

검찰은 현재 수사팀과 이 부회장 측에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어떠한 판단이 나오더라도 검찰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수사심의위에 이 사건이 부의되더라도 기소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법원의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구속만 빠졌을 뿐 불기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해석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 필요성을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기소는 확정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심의위에서 기소 의견이 나온다면 남은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면 검찰의 1년7개월에 걸친 삼성 수사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영장 기각 사유를 놓고 검찰과 정반대 해석을 내놓았다.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 한 것은 물론 기본적인 사실 관계 외에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를 소명하지 못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이나 불기소 결정을 내려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출신 김한규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기속력은 없지만, 수사심의위가 소집돼 혹여라도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 상당히 부담 될 것"이라며 "내부 규칙에도 위원회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고, 검찰 내 위원회의 결정을 검찰 스스로가 존중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의 수사심의위를 소집 신청에 따라 사건을 논의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부의심의위원회의 회의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수사심의위가 열린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