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 출간 기자간담회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탄핵을 위한 법률 돌격대"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최씨의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찰(특검)이 만든 뇌물죄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법률 돌격대였다. 촛불 정국 시기에만 적용 가능한 한시적 성격의 사법 판단"이라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해 (뇌물을) 받았다는데 두 사람 사이의 공모를 인정한 어떠한 증언,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묵시적으로 공모했다고 하는데, 묵시적으로 어떻게 공모하냐. 최씨가 비선실세로 청와대를 들락날락한다며 불리하게 추리한 것"이라며 "궁예의 관심법 법리가 적용된 것으로, 증거 재판주의(반드시 증거로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에 전면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 등의 뇌물죄가) 정적을 타도하기 위한 법리로 악용됐다"고도 했다. 이어 "만약 이런 식의 법리가 유지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뒤 이 함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그룹에게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용 말 3필과 금전을 건네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뇌물 혐의는 2016년말 박영수 특검팀이 '국정농단' 사태 수사에 투입되며 추가기소된 혐의다. 최씨는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을 선고받고 11일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법원 선고를 놓고는 "이미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상고심 선고가 있었고 그때 모든 쟁점에 관한 판단이 다 이뤄졌다"면서도 "형식적 사법절차는 곧 끝나지만, '역사의 법정'에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새벽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한 것을 놓고도 "최씨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사건 당시 편법으로 계속 구속돼 있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6개월 구속기간 내 재판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판결이 잘됐다고 본다. 구속됐다면 편법으로 구속기간을 채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최씨의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는 최씨가 2016년 10월 한국에 들어와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지금까지 3년7개월간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 기록이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고 깨우친다는 뜻을 담아 '회오기'(悔悟記)라고 이 책의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다.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일부 내용에 따르면, 회고록에도 특검의 뇌물죄 적용에 대한 최씨의 생각이 담겼다. 회고록에는 "(검찰이) 주변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들여 증인으로 들이대며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끌고 갔다. 검찰 특수부장은 이대로 시인하면 직권남용죄로 7, 8년 살겠지만 특검으로 넘어가면 뇌물죄로 갈 거라고 했다"며 "결국 그들의 말대로 특검은 박 대통령과 나를 기소했다"고 쓰였다.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자 폭언에 시달렸다고도 밝혔다. 최씨는 "2016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특검에서 있었던 실랑이는 한마디로 언어폭력의 극치였다"며 "특별수사팀장인 S 검사가 '삼족을 멸하겠다'고 한 말은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가 돼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하면 박 대통령도 나도 서로를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며 "그 분을 생각하면 죄스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아련하고 애틋함이 마음을 적신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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