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두번, 주민번호 두개…법원 "동일인 인정"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두 번의 출생신고로 두 개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살아 온 여성에게 동일인임을 인정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교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남용희 기자

"주민등록번호는 기본적인 신분 확인 제도…교부해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두 번의 출생신고로 두 개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살아 온 여성에게 법원이 동일인임을 인정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교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구청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번호 및 주민등록증 부여 거부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의 판결을 내렸다.

1990년대 초에 태어난 A 씨는 아버지의 본적지인 한 지역에서 그해 11월생으로 출생신고가 됐다. A 씨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행정청의 동장에게 A 씨의 주민등록번호 부여를 요청하는 등기를 발송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A 씨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나오지 않았다. A 씨는 생년월일 6자리로만 주민등록번호를 갖게 됐다.

A 씨의 어머니는 친부와 이혼하고, 4년 뒤 재혼했다. 새아버지는 주민등록 관할지에 A 씨의 성씨를 자기 성씨로 고친 후 11월 생일을 9월로 수정하고 출생신고를 다시 했다.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B 씨가 된 A 씨는 새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호적부 작성과정에서 어머니의 호적상 B 씨가 태어난 해에 A 씨가 이미 출생신고가 됐다는 이유로 호적부가 작성되지 않았다. 제적등본 및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자녀로 기재되지 않았다.

그는 A 씨 시절에 부여받은 주민등록번호 6자리와 B 씨로 받게 된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모두 갖게 됐다. 이후 B 씨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성인이 된 A 씨는 주소 관할 구청에 B 씨로 된 주민등록증을 반환하고, A 씨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주민등록증을 교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은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구청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주민등록증을 교부할 의무가 있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A 씨가 어머니의 친자일 가능성이 99.9% 이상이라 그해 태어난 자녀는 A 씨나 B 씨로 봐야 하고, 초등학교 입학 시기 등을 봤을때 동일 인물로 추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호적법 제22조 3항과 주민등록법 제13조의 3 내용에 비춰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B 씨의 주민등록 사항이 정정 또는 말소됐어야 했는데 처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은 가장 기본적인 신분 확인과 동일성 확인을 위한 제도이고 수단"이라면서 "A 씨와 B 씨가 동일인이라는 개연성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가 공법상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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