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심신미약 인정되면 감형 가능성"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30대 남성이 서울역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으로 '묻지마식 범죄'에 따른 불안감이 크다. 개인이 느끼는 사회적 분노를 불특정 약자에게 해소하는 범죄 형태라는 진단도 나온다.
검거된 이 사건 용의자 이모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께 공항철도 서울역 1층에서 처음 보는 여성에게 주먹을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 A 씨는 광대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A 씨의 가족이 피해 사실을 SNS에 게시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A 씨가 쓴 글에 따르면 이 씨가 고의로 다가와 어깨를 부딪혔고, 욕설을 했다. 이에 화가 난 A씨가 "뭐라고요?"라고 소리치자 이 씨는 다시 욕설을 뱉으며 주먹으로 A 씨의 눈가를 가격했다고 한다.
A 씨는 "대낮에 여전히 약자,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묻지마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공론화시키기에 충분한 문제"라며 "건장한 남자였거나, 남성과 같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고를 당했을까"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이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욕을 들어서 폭행했다'며, 계획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사건뿐만 아니라 불특정 인물을 향한 '묻지마식 범죄'는 꾸준히 발생한다. 지난달 27일 대전에서 길을 물어본 20대 남성을 폭행한 10대 9명이 불구속기소 됐다. 일행 중 미성년자가 있어 주점에 못 들어가자 분풀이로 지나가던 사람을 폭행한 것이다.
'묻지마식 범죄'의 판결도 꾸준히 나온다. 길거리에서 아무 이유 없이 80대의 할머니를 폭행한 40대 여성도 지난 4월 23일 인천지법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다수의 여성에게 우발적으로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도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개인적 분노를 약한 불특정 다수에게 푸는 방식일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자기 일이 안 풀리는 등 사회적 불만으로 쌓인 분노를 특정인이 아니라 아무에게나, 불특정 다수에게 해소하는 것"이라며 "서울역 폭행 사건 용의자는 약자에게 힘을 과시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판단하지 못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졸리다"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범행 동기에 따라 처벌 수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중의 권원용 변호사는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고, 처벌을 원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 씨의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씨의 경우 "심신미약 상태였거나 정신질환자일 수도 있다"면서 "범죄 행위 당시에 심리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으면 감경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 측면에선 피해가 똑같지만, 범죄자 개인적인 차원의 책임 요소는 감경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형법 제10조 2항과 제55조에 따라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절반까지도 감형될 수 있다.
'심리강제설'에 따르면 범행의 쾌락보다 형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예외인 것이다. 권 변호사는 "범죄 행위는 처벌, 비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행위에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묻지마' 유형의 범죄자들은 심리 강제를 할 수 있는 제어 시스템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CCTV에서 이 씨가 범행 전 행인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점으로 미뤄 경찰은 이 씨의 정신병력과 마약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오는 5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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