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부동산 중도금 받고 제3자에 넘기면 '배임죄'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되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 남용희 기자

대법, "계약 본격화되면 소유권 이전 의무 져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고 중도금 이상 받은 상태에서 그 부동산을 제 3자에게 넘겼다면 배임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되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자신의 토지를 B기업에 52억원에 양도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우선 계약금 4억 원 중 3억여원 만 받은 상태에서 소유권이전가등기를 해줬다. 이어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일부인 8억여 원을 받아놓고 제3자에게 토지를 팔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1심은 A씨가 B기업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줘야 할 임무가 있는데도 토지를 제3자에게 넘겨 자신이 재산상 이익을 얻고 B기업에게는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죄를 인정했다. A씨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기 임무를 저버리고 재산상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얻게하는 범죄'를 말한다. 1심은 A씨가 B기업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인정하고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1심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A씨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B기업에 이미 소유권이전가등기를 해준 상태였다. 가등기는 순위보전 효력을 갖기 때문에 B기업이 A씨 도움 없이도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고 봤다.

상고심에서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보는 시각에서 희비가 갈렸다. 대법원은 A씨가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일부까지 받은 이상 B기업의 재산보전에 협력해야할 신임관계에 있다고 봤다. 순위보전 효력이 있는 가등기를 해줬더라도 그 자체로 물권이 변동하는 것은 아니어서 B기업의 재산 이익을 보호해줘야할 임무는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계약금만 포기하거나 상환하면 자유롭게 계약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도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 매도인은 소유권을 이전해줄 의무를 갖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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